가상현실 플랫폼 기업 RP1이 메타버스 생태계의 확대를 위해 ‘메타버스 전용 브라우저’라는 새로운 비전을 내놨다. RP1의 공동 창업자인 숀 만(Sean Mann)과 딘 아브람슨(Dean Abramson)은 최근 미국 롱비치에서 열린 증강현실 콘퍼런스 ‘오그멘티드 월드 엑스포 2025’에서 해당 구상을 공개하며, 메타버스를 웹처럼 누구나 접근 가능한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RP1은 이미 2022년부터 수천 명이 동시에 입장할 수 있는 확장 가능한 메타버스 기술을 선보이며 주목받은 바 있다. 이번에 제안된 메타버스 브라우저는 각종 3D 자산과 공간, 사용자의 오디오 및 움직임 데이터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며, 기존의 앱스토어 기반 앱 설치 방식이 아닌 *온디맨드 방식*으로 웹을 탐색하듯 메타버스에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숀 만 CEO는 “지금의 인터넷이 웹 브라우저를 통해 작동하듯, 메타버스도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한 개방형 생태계로 진화해야 한다”며 “RP1이 만드는 브라우저는 단순한 응용프로그램이 아니라, 개별 기업이 독립적인 공간과 서비스를 구성하고 연결할 수 있는 기반 인프라”라고 설명했다.
RP1이 구상하는 메타버스 환경은 단순한 게임 플랫폼을 넘어, 디지털트윈 기반의 기업 운영, 증강현실 연동 고객 서비스, 그리고 전 세계 사용자 연결 기능을 포괄하는 *공간형 웹(spatial web)* 개념을 따른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AR 글라스를 착용한 채 코스트코 매장을 방문하면, 매장 내의 디지털 서비스에 자동 연결되어 상품 위치를 안내받는 것도 가능해진다.
해당 브라우저는 웹 XR 기반의 초기 형태로 구현됐으며, RP1은 향후 더 고화질의 그래픽을 위해 네이티브 브라우저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Spatial Fabric'이라 불리는 무한 지도 시스템을 통해 태양계 수준의 일대일 스케일 맵을 제공, *디지털 지구와 우주* 안에서 사용자의 공간 이동을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눈에 띄는 점은 RP1이 외부 자금 없이 부트스트랩 방식을 고수하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전략적 파트너사와 투자를 유치 중이며, 글로벌 개방형 메타버스를 위한 메타버스 표준 포럼(Metaverse Standards Forum)에도 참여하고 있다. 참여 기업은 향후 자신만의 메타버스 서버를 구축하고, 독립적인 '디지털 거점'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서드파티 서비스 연동도 메타버스 브라우저의 핵심 기능이다. 사용자가 특정 위치에 접근하면, 그 위치에 설정된 서비스가 자동으로 활성화된다. 시연 영상에서는 AR 환경에서 실시간 영화 시청, 다른 나라의 실제 조명 스위치를 원격으로 조작하는 기능 등이 선보여졌다.
딘 아브람슨은 “우리는 누군가의 디지털 자산이나 데이터를 소유하지 않으며, 단지 메타버스 지도를 제공하고, 타인의 콘텐츠가 연결되는 통로 역할만 맡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기존의 폐쇄형 메타버스 플랫폼과 다른 결정적 차이다. 일례로 현재 디즈니는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를 기반으로 한 고유한 디지털 공간을 개발 중인데, 이는 일종의 ‘디지털 AOL’로, 타 개발자나 서비스의 자유로운 진입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RP1은 이런 폐쇄형 모델 대신 웹처럼 누구나 브라우저를 만들고, 공간 지도를 구축하며, 서비스 모듈을 연결할 수 있는 확장성과 개방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있다. 숀 만은 “언젠가 구글, 애플, 디즈니 모두 자신만의 공간 지도를 만들 것이고, 브라우저는 사용자가 어떤 거점으로 접근할지 결정하는 관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한, “누구나 메타버스에서 자신만의 공간과 경험을 구축할 수 있으며, 교육, 게임, 유통, 제조 등 산업 전반이 이 패러다임 전환을 겪게 될 것”이라며, 단일 킬러앱이 아닌 수많은 메타버스 활용 사례가 병렬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버스를 웹 기반의 새로운 인터넷으로 정의하며, RP1은 메타버스 브라우저라는 핵심 개념을 통해 차세대 XR(확장현실) 생태계 내에서 실질적 표준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구현을 넘어서, 메타버스의 구조적 틀을 재정의하는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