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디자인 소프트웨어 업체 피그마(FIGMA)가 3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앞두고 주당 33달러로 공모가를 확정하며 12억 달러(약 1조 7,3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당초 예고된 공모가 범위인 30~32달러를 웃도는 수준으로, 높은 투자 수요를 반영한다.
이번 피그마의 기업공개(IPO)에서는 회사와 주요 초기 투자자들이 총 3,690만 주를 매각했으며, 이를 통해 피그마의 기업가치는 193억 달러(약 27조 8,000억 원)로 평가됐다. 이는 2022년 어도비(ADBE)와 체결한 인수합병 계약의 200억 달러에 근접하는 수치다. 다만 해당 거래는 2023년 규제 당국의 제동으로 무산됐으며, 이 과정에서 어도비는 피그마에 10억 달러의 위약금을 지불한 바 있다.
2012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피그마는 어도비의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제품군과 정면으로 경쟁하는 클라우드 기반 디자인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실시간 협업 기능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현재 약 1,3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포춘 500대 기업 중 95%가 피그마의 고객사다. 구글 문서처럼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디자인 작업을 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는 피그마의 차별점을 확고히 했다. 또한 글자 크기 조절 등 반복 작업도 자동화해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피그마는 최근 수년간 공격적인 제품 확장을 이어가며 성장세를 가속화해왔다. 2025년 1분기 기준 수익은 전년 대비 46% 증가한 2억 2,820만 달러(약 3,285억 원)를 기록했으며, 순이익도 4,490만 달러(약 646억 원)로 전년보다 세 배 넘게 증가했다. 2021년 이후 총 6개의 신제품을 출시했으며, 이 중 3개는 올 들어 선보인 것으로 발표됐다. 이들 도구는 프레젠테이션 제작부터 광고 및 웹사이트 디자인까지 다양한 영역에 활용된다.
이번 IPO는 투자자들이 주식 가격과 물량을 자유롭게 제시하는 방식으로 구성됐으며,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캐피털 클라이너 퍼킨스와 세쿼이아 캐피털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했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앨런앤컴퍼니, JP모건이 공동 주간사로 이름을 올렸으며, 피그마는 종목코드 ‘FIG’로 상장될 예정이다.
이번 피그마 상장은 테크 IPO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시장에선 글로벌 디지털 협업 수요 증가세와 맞물려, 피그마가 장기적으로 어도비 등 강자들과의 경쟁을 통해 플랫폼 의존도와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