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협업 소프트웨어 기업 피그마가 미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목표로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절차에 착수했다. 이번 IPO를 통해 피그마는 최대 16억 4,000만 달러(약 2조 3,600억 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피그마는 투자자 로드쇼 일정과 함께 IPO 구체 조건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전체 약 3,710만 주가 공모되며, 이 중 약 3분의 1은 기업이 신규 발행하고 나머지는 기존 주주가 매각한다. 주당 공모가는 25~28달러 선으로 제시돼, 상단 기준 총 10억 3,000만 달러(약 1조 4,800억 원)의 자금이 조달될 것으로 보인다.
상장 주관사는 IPO 종료 후 추가로 약 554만 주를 매입할 수 있는 옵션도 갖는다. 또 이번 공모 신청서에는 향후 ‘블록체인 보통주’ 발행 권한이 포함됐지만, 피그마는 구체적인 발행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번 IPO에서 기대되는 16억 4,000만 달러의 시가총액은 피그마의 마지막 민간 투자 가치보다 약 4억 달러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는 2022년 어도비(ADBE)가 인수를 시도하면서 제안했던 200억 달러(약 28조 8,000억 원)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당시 인수는 경쟁제한 우려로 결국 무산됐다.
2012년 설립된 피그마는 디자인 전용 클라우드 기반 협업 툴을 제공하며, 대표 제품 ‘피그마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들이 웹 인터페이스를 코딩 없이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사용자 수는 1,300만 명에 달하며, 이 중 3분의 2는 비전문 디자이너다. 포춘 500대 기업 중 95%가 피그마의 엔터프라이즈 고객이라고 회사는 밝혔다.
피그마의 빠른 성장 배경에는 공통 디자인 작업 자동화 기능과 실시간 협업 에디팅 등 사용 편의성이 있다는 평가다. 구글 독스처럼 여러 사람이 동시에 작업할 수 있는 실시간 기능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2021년 이후 6개의 신규 클라우드 서비스를 출시하며 사용처를 넓힌 것도 주효했다.
특히 2023년 선보인 ‘Dev Mode’는 개발자들이 디자이너와 진행 중인 프로젝트 인터페이스를 쉽게 공유 및 협업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으로, 현재 전체 월간 사용자 중 약 30%가 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피그마는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46% 증가한 2억 2,820만 달러(약 3,280억 원)를 기록했으며, 순이익은 같은 기간 3배 이상 뛴 4,490만 달러(약 640억 원)에 달했다.
향후 피그마는 뉴욕증시에 ‘FIG’라는 티커로 상장될 예정이며, 딜런 필드 CEO는 상장 이후 인수합병(M&A) 가능성도 내비쳤다. 상장을 계기로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와 글로벌 시장 확장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