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RIF: Reductions in Force)은 어떤 상황에서도 쉽지 않다. 특히 기술 업계에서 경기 주기를 반영하듯 대규모 구조조정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불가피한 선택 이상의 전략적 대응 수단으로서 감원을 바라보는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25년 상반기에도 인공지능, SaaS 등 성장 산업에 속한 기업들까지 줄줄이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입증했다.
7월에는 미국의 AI 스타트업 스케일AI가 전체 직원의 14%를 감원하면서, 고성장 업종도 구조조정의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 이처럼 일정 규모 이상의 기술 회사라면 성장을 위한 감원이 아닌 존속을 위한 감원을 택할 수밖에 없는 압박을 받고 있다. 거시적으로는 벤처캐피털의 출자자(LP)들이 투자 회수 압박에 직면하면서 자금의 신규 유입이 정체되고 있고, 미시적으로는 제품 전략의 실패, 핵심 고객사의 이탈 등이 감원 요인으로 작용한다.
본격적인 하향 조정이 거론되는 하반기 시점을 맞아, 경영진은 감원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할 것인가에 방점을 찍고 있다. 감원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경영진이라면 지금이야말로 비상 시나리오를 미리 설계할 가장 적절한 시점이다. 특히 조직적으로 충격을 최소화하고, 남은 조직의 집중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감원 이후를 내다보는 전략이 요구된다.
리더가 감원을 이끌 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세 가지다. 첫째, 구체적인 전략에 입각한 구조조정이라는 점을 조직에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모호한 논리는 불안을 증폭시킬 뿐이다. 둘째, 공감과 존중의 태도가 필수다. 감원 대상자에게 지원 패키지를 제공할 여력이 있다면, 이는 생존 인력의 사기에도 중대한 긍정 효과를 미친다. 셋째, 감원 과정과 그 이후 구성원들과의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이 조직 회복의 갈림길을 결정짓는다.
실제 사례를 보면, 조직 전체를 동일 비율로 줄이는 방식은 비효율을 낳을 수밖에 없다. 과감하게 잘하는 부서에 자원을 집중하고, 성과가 낮은 사업 라인을 정리하는 방식이 더 지속력 있는 조직 재편을 가능하게 한다. 감원은 고통스러운 선택지를 넘어서, 인재 재배치와 전략 재정비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기에 경영진의 결단은 더욱 중요해진다.
또한, 경험 있는 CEO들은 구조조정 일정에도 전략을 담는다. 이를테면 수요일에 감원을 알리고, 남은 직원들을 위한 타운홀 미팅을 금요일에 여는 식이다. 주말을 앞두고 조직의 신뢰를 다지는 커뮤니케이션 구조는 다음 주의 동기를 결정짓는 포인트가 된다.
이번 기술 업계의 구조조정에서 드러난 본질은 단순히 인력을 줄인다는 문제가 아니라, 미래 생존을 위한 조직 정렬 작업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준비되지 않은 감원’이다. 감원은 위기 대응의 끝이 아닌 시작일 수 있다. 그래서 오늘의 기술 기업 경영진에게 요청되는 것은 위기가 닥치기 전에 미리 시뮬레이션하고, 성찰하고, 계획하는 전략적 리더십이다.
감원이 곧 실패라는 인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잘 설계된 감원은 오히려 다음 단계를 위한 점프 보드가 될 수 있다. 관건은 그것이 존중과 통찰이 깃든 선택이었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