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의 협업을 통해 보이스피싱을 실시간 탐지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서비스 '보이스피싱 탐지 2.0'을 선보이면서 금융사기 대응 체계에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다. 이 서비스는 보이스피싱범의 음성 특징을 분석해 통화 중 범죄 가능성을 경고하는 방식으로, 실제 범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서비스의 핵심 기술은 '성문'(聲紋), 즉 목소리의 음높이, 억양, 주파수 분포 등을 수치로 변환해 개인을 식별하는 음성 지문이다. 성문은 지문처럼 사람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어, 범죄자가 어떤 시나리오를 쓰든지 동일한 목소리로 여러 차례 범행을 저지를 경우 반복적인 탐지가 가능하다. KT는 이를 통해 기존 단어 인식 기반 방식보다 보이스피싱 탐지 정확도를 한층 높였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한 보이스피싱범이 35회에 걸쳐 동일한 수법으로 범행을 시도했지만, 성문 분석이 적용됐다면 빠르게 신원을 식별해 피해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는 사례도 소개됐다. 이 목소리 정보는 국과수에서 범죄 통화 내용을 일괄 분석해 매달 KT에 전달하며, KT는 실시간 탐지 시스템에 이를 반영한다. 다만 개인정보 보호 규제를 고려해 성문 정보만 전달받고 있으며, 통화 원본 녹취 파일은 직접 보유하지 않는다.
서비스 구현은 민간 기업 단독이 아닌 금융권과의 협업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KT는 자회사인 케이뱅크와 연계해 위험 알람이 발생할 경우 실시간으로 금융기관에 전달하고, 거래 제한 조치까지 연계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향후 은행연합회를 통해 주요 시중은행과도 협력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이는 기술 차단 외에 자금 피해 자체를 원천적으로 줄이기 위한 조치다.
다만 현재 기술은 통화 문맥이 먼저 보이스피싱으로 의심되어야 성문 정보를 분석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최초 발신번호에 대한 즉각적인 판단은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KT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향후 화자의 감정 상태나 협박 여부까지 분석할 수 있도록 고도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서비스는 통신사에 관계없이 '후후' 앱을 내려받으면 누구든 사용할 수 있으며, 올해 4분기에는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의 기본 통화 앱에도 통합될 예정이다.
금융과 통신, 과학기술이 결합된 이번 시도는 점차 정교해지는 금융사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실효적인 수단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흐름은 법적·제도적 정비와 함께 광범위한 기관 간 정보 공유 체계로 확장될 경우, 향후 보이스피싱 근절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