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인텔(INTC)에 대한 입장을 바꾸고 미 정부의 직접 투자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은 혼란과 기대가 뒤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데 결정적인 요건은 인텔의 사업 구조 재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순한 정부 개입만으로는 인텔의 반등을 이끌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인텔 주가는 트럼프 대통령과 립부 탄(Lip-Bu Tan) 인텔 CEO 간의 백악관 회동 보도 이후 약 12% 상승했다. 이 회동에서 거론된 미 정부의 지분 인수 가능성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이 관련 계획을 보도하면서 투자자들의 전망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일각에선 미국의 반도체 주권 확보를 위한 본격적인 전략으로 해석되지만, 근본적인 사업 문제를 외면하면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분석가들은 이번 논의의 핵심인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이야말로 회사 전체 성과를 짓누르는 구조적 문제로 지목한다. 인텔의 파운드리 부문은 매출의 대부분을 내부 고객에 의존할 뿐만 아니라, 연간 130억 달러(약 18조 7,000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하며 자본 집약적 모델의 한계에 직면해 있다. 동시에 이 부문은 인텔 전체 자본 지출의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수익성 저하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인텔이 파운드리를 분리해 독립 운영하고, 제품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렇게 분리된 '파운드리 오브 아메리카(Foundry of America)'는 미국 정부, 반도체 설계 기업, TSMC, 사모펀드가 참여하는 복합 지분 구조를 통해 설립될 수 있다. 이 모델에 따르면, 미 정부는 CHIPS법 자금과 직접 출자를 통해 51% 지분을 보유하며 전략적 통제권을 확보하고, TSMC는 30% 지분과 함께 필수적인 제조 노하우를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은 단순한 공공 부양책을 넘어 복합적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한 산업 정책 전환의 사례로 평가받는다. 특히 애플(AAPL), 엔비디아(NVDA), 아마존(Amazon Web Services), 구글(GOOGL), 마이크로소프트(MSFT), 메타(META) 등 주요 고객사들이 향후 5년간 480억 달러(약 69조 1,000억 원) 이상을 선지급 및 이정표 조건으로 제공하고, 월 29만 5,000장의 반도체 웨이퍼 생산량을 보장하는 방식이 제안됐다. 이는 가뜩이나 장기간의 수익 전환이 필요한 파운드리 사업에 필수적인 수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제안의 핵심으로 꼽힌다.
장기적으로 이 모델은 1,380억 달러(약 198조 원) 이상에 이르는 10년간의 자금 조달을 필요로 하며, 그 후에야 본격적인 손익분기점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미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주권' 전략의 맥락에서 보면, 이러한 시도는 경제적 논리만이 아니라 안보와 기술 주도권이라는 전략적 고려 위에서 평가받는다.
시장의 관전 포인트는 이 프로젝트가 실현될 수 있을지 여부다. 파운드리 분사 외에도 산업 전반과 정책 결정자, 글로벌 파트너 간의 치밀한 협력이 요구되며, 복잡한 지분 구조를 조절하는 정무 능력도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실패한 내부 발전 전략 대신, 전방위적인 외부 자극을 바탕으로 인텔과 미국 반도체 산업이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는 만큼, 이번 구상이 단순한 단기 부양책이 아닌 구조 개편의 시작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