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C 시장이 올해 2분기에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며, 전체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불확실성과 소비 위축, 기술 전환 지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PC 수요가 뚜렷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조사업체 한국 IDC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국내 PC 출하량은 약 100만 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해 같은 분기에 비해 10.1% 줄어든 수준이다. 국내 PC 시장은 2024년 1분기에 소폭 회복세를 보였지만, 이후 뚜렷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채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해 4분기부터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던 시장은 올해 들어 본격적인 역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IDC는 이번 출하량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가정용 수요 감소와 기업 교체 수요 지연을 지목했다. 최근 주요 제조사들이 고급형 제품 중심의 전략을 고수하면서, 가격대가 높아진 데다 조립 PC용 부품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일반 소비자들의 구매가 위축됐다. 이 결과 가정용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2%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 시장에서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11 출시 후 기존 PC를 그대로 업그레이드하는 경우가 늘면서, 새 기기 교체 수요가 지연되면서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공공과 교육 부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감지됐다. 육군 등 일부 공공기관에서 계획했던 데스크톱 도입이 미뤄졌고, 교육 시장에서는 노트북 수요가 전반적으로 줄었다. 이처럼 여러 수요처에서의 구매 심리 위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전반적인 시장 축소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용 PC 출하량 역시 전년보다 5.1% 줄었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건 인공지능(AI) PC의 약진이다. 고성능 연산 기능을 갖춘 차세대 AI PC는 전체 가정용 PC 가운데 비중이 전년 대비 19.3%포인트 늘어나며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전체 PC 시장에서 AI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1분기부터 이미 10%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아직 절대적인 수치는 작지만, 프리미엄 중심 전략과 맞물리면서 향후 성장 가능성이 주목되는 부문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단기적으로는 PC 업계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전환기 속에서 AI 기반 신제품이 새로운 수요를 자극하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 향후 경기 회복 여부와 더불어, 윈도 11 도입 확대와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수요가 시장 반등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