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을 채취하지 않고도 땀만으로 인체 내 대사 변화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운동이나 식단에 따라 땀 속 생화학적 성분 변화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면서, 향후 건강 관리는 물론 만성질환 추적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2025년 9월 7일, 바이오·뇌공학과 정기훈 교수 연구팀이 피부에 부착해 사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센서형 ‘스마트 패치’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패치는 초미세 광학센서를 기반으로 땀 속 다양한 대사산물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어 기존 기술보다 정밀도와 확장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간 인간의 생리학적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선 대부분 혈액 검사를 필요로 했으며, 웨어러블 센서 기술도 땀에서 1~2종의 성분만을 측정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KAIST 연구진은 요산, 젖산, 티로신 등 대사·운동·질환과 직결되는 세 가지 주요 생체 화학물질을 동시에 정량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단순 모니터링을 넘어 체내 대사 상태를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스마트 패치는 두께가 얇고 유연해 직접 피부에 붙일 수 있으며, 내부에 6~17개의 저장 공간(챔버)을 갖춘 미세 유체 구조로 설계됐다. 이러한 구조는 운동 중 분비되는 땀을 순차적으로 수집해 시간 흐름에 따른 대사 성분의 변화를 추적하는 데 적합하다. 또한 센서는 나노미터 단위에서 빛을 조작하는 ‘나노플라즈모닉’ 기술을 활용해 분자의 성질까지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
분석 정확도 역시 높였다. 함께 적용된 인공지능 기반 분석 기법은 땀에 섞여 있는 다양한 성분 중 목표로 한 대사산물의 신호만을 정확히 추출한다. 달리기나 헬스 등 운동 중엔 지구력이나 근육량 변화를 가늠할 수 있고, 요산 농도 변화를 통해선 통풍 여부, 젖산 수준으로는 간과 신장 기능 이상 여부 등도 사전에 포착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이 기술이 “질환을 조기에 식별하고 만성질환 관리나 약물 반응 추적, 산업적 환경 노출 모니터링에도 적용될 수 있다”며, 광범위한 응용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2025년 8월 27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이 같은 기술 발전은 향후 비침습적인 의료 진단 환경을 가능하게 하고,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재택 진단이나 고위험군 건강 모니터링 수단으로의 활용 가능성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