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웅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가 개발한 체온 반응형 주삿바늘 기술이 의료 안전성과 환자 편의성을 크게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2025년 9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기술은 딱딱한 기존 바늘의 한계를 극복하고 헬스케어 기기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9월 3일, 정 교수를 이달의 수상자로 발표하며 이 기술이 착용형 및 체내 삽입형 전자소자를 활용한 의료기기 융합 연구의 대표적 성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환자의 체온에 반응해 부드러워지는 '가변강성' 주삿바늘을 통해 환자의 안전뿐 아니라 의료인들의 작업 환경 개선에도 기여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정맥주사는 병원에서 흔히 쓰이는 치료 수단이지만, 전통적으로 딱딱한 금속이나 고강도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주삿바늘은 환자의 혈관벽을 손상시켜 정맥염, 출혈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었고, 의료진이 실수로 찔리는 사고도 빈번히 일어났다. 또한 일부 지역에서는 주삿바늘의 비윤리적 재사용 문제가 감염 확산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체온에서 쉽게 녹는 액체 금속인 갈륨의 물성을 활용해 주삿바늘 소재를 새롭게 고안했다. 이에 따라 바늘은 체외에서는 고체 형태로 유지되다가 체내에 삽입되면 체온에 반응해 말랑한 상태로 바뀐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환자가 움직이더라도 통증이 줄고, 의료인의 바늘 찔림 사고 발생 위험도 낮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번 연구는 2024년 8월, 세계적인 학술지인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Nature Biomedical Engineering)'의 표지 논문으로 소개돼 해외 과학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정 교수는 이 연구가 주삿바늘의 구조적 안전성 개선은 물론, 나아가 감염 예방과 의료기기 폐기물 관리 측면에서도 큰 의의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현장 적용을 위한 후속 연구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처럼 기존 의료기기의 한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융복합 기술은 고령화 사회에서 더욱 중요해지는 헬스케어 분야의 미래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향후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면, 안전성 요구가 높은 정맥주사뿐 아니라 다양한 체내 의료장비에도 확대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