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로봇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사람과 유사한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 하체를 독자 기술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인간형 로봇 상용화를 향한 국내 연구개발의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KAIST 기계공학과 박해원 교수 연구팀은 9월 19일, 키 165센티미터, 몸무게 75킬로그램 크기의 인간형 로봇 하체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로봇은 사람이 생활하는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활동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하체를 중심으로 정밀한 균형 제어와 뛰어난 기동성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이번 로봇에는 모터, 감속기, 모터 드라이버 등 대부분의 핵심 부품을 연구팀이 직접 설계하고 제작해 외산 부품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하드웨어 기술 자립을 달성했다. 뿐만 아니라 자체 개발한 강화학습 기반 인공지능 제어 알고리즘을 통해 실제 물리 환경과 시뮬레이션 간의 오차를 극복하며,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기술 독립성을 확보한 점이 주목된다.
하체 로봇은 평지에서는 초속 3.25미터, 시속 약 12킬로미터로 빠르게 달릴 수 있으며, 30센티미터가 넘는 계단이나 장애물을 올라갈 수 있는 ‘단차 극복 능력’도 보유했다. 오리걸음이나 문워크처럼 복잡한 동작 구현도 가능하며, 앞으로는 초속 4미터, 40센티미터 이상 장애물도 통과할 수 있도록 성능을 개선해나갈 계획이다.
이번 기술 개발은 단발성 결과물에 그치지 않고, 미래형 인간형 로봇 전반으로 연구가 확장되고 있다. 박 교수 연구팀은 한 발로 균형을 유지하고 공중제비를 도는 고난도 운동이 가능한 '홉핑 로봇'도 함께 개발해 균형 제어 기술의 가능성을 시험했다. 향후 KAIST 내 타 교수진 및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연계해 팔, 손, 시각 인식, 위치 인식 등 기능을 통합한 상반신 기술까지 확보할 예정이며, 종국에는 산업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완전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 진보는 로봇이 단순 반복 작업뿐 아니라 사람을 대신해 복잡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산업적‧사회적 파급력이 크다. 향후 물류, 재난구조, 건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노동을 보완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실용 로봇 상용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