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NVDA)의 H200 GPU를 중국의 일부 ‘승인된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이전 정부의 수출 금지 조치를 뒤집는 결정으로, 미국과 중국 간의 반도체 갈등에 새로운 전환점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정책 변경이 미국 내 제조업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엔비디아가 현세대 AI 칩인 블랙웰(Blackwell)보다 한 세대 이전 제품인 H200을 대상으로 한다. 트럼프는 블랙웰 칩만큼의 고성능 칩은 이번 수출 허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하위 모델이라 하더라도 중국 시장에서의 수요에 기반해 수십억 달러의 매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협의에서 긍정적 답변을 받았으며, 미국 정부는 각 판매 건에 대해 기존 15% 수준보다 높은 25%의 수익 분배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경제적 이익이 정책 전환의 주요 동기였음을 내비친 것이다. 최근까지 엔비디아의 AI 칩 수주액이 5,000억 달러(약 720조 원)를 넘어선 만큼, 새로운 중국 고객 유입은 그 규모를 더욱 확대시킬 수 있다.

경쟁사인 AMD(AMD), 인텔(INTC) 등도 같은 조건이 적용돼 일부 중국 고객에게 고성능 칩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미 상무부는 수출 대상 기업을 특정 조건에 따라 엄격히 심사하고 있으며, 일부 중국 기업은 계속해서 제한을 받을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고성능 반도체 대중 수출 금지 조치 중 일부를 해제한 것이며, 그 배경에는 미국과 중국 간의 기술 패권 전쟁이 자리하고 있다. 블랙웰에 비해 성능이 낮은 H20 칩조차 처음에는 바이든 정부에서 허용됐지만,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한 직후 금지됐다. 이후 다시 판매 조건을 조율하며 15%의 수익 공유 조건을 제시했지만, 중국 측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H200은 상황이 다르다. 성능과 가격 면에서 H20보다 매력적인 H200을 두고 중국 기업들이 구매에 관심을 보일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로 엔비디아 측은 해당 결정을 두고 “미국 내 양질의 일자리와 반도체 제조업 경쟁력을 지키는 데 유익하다”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이에 앞서 수개월간 백악관과 긴밀한 접촉을 이어왔으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개인적 관계도 이번 결정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워싱턴 정가에서는 반발도 거세다. 존 케네디 공화당 상원의원은 엔비디아 CEO를 ‘공정한 척하지만 돈이 최우선인 인물’이라고 비판하며 관련 회의에 참석조차 거부했다.

국가 안보를 이유로 기술 수출 제한을 주장해온 상원의원 피트 리키츠는 민주당의 크리스 쿤스 의원과 함께 ‘SAFE 칩법’을 발의해, 향후 30개월간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을 대상으로 하는 고성능 AI 칩 수출을 금지하려는 움직임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반도체 완화 조치를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희토류 규제를 통한 중국 측의 반격과 이에 대응한 대중 관세 인상 압박, 그리고 지난 10월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도출된 무역 휴전 등 복합적인 국제정세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반도체 수출 허용을 넘어, 미중 간 기술·무역 전략의 줄다리기와 정책 유연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