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IT 시장의 초점이 AI ‘실험’에서 실제 업무에 적용하는 ‘기업형 AI 도입’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단순히 AI를 시험해보는 단계를 넘어, 오래된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데이터를 실제 성과로 연결하는 역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킨드릴($KD)의 지오반니 카라로 부사장은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행사에서 “이제 기업들의 질문은 ‘무엇을 할 수 있나’가 아니라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약사 피사 파르마세우티카와의 협업 사례를 소개하며, SAP($SAP) 시스템을 구글 클라우드 기반의 민첩한 환경으로 전환해 장기간 축적된 제조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동안 많은 기업 시스템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규제 대응 문서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특히 제약처럼 규제가 강한 산업에서는 방대한 정보가 내부 시스템에 쌓여도 실제 사업 인사이트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AI 확산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이제 기업은 데이터를 단순 기록이 아닌 ‘통찰의 원천’으로 바꿔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카라로 부사장은 이런 변화의 핵심으로 시스템 현대화를 꼽았다. 기존 인프라를 운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클라우드 환경으로 전환한 뒤 AI 활용에 적합한 구조로 다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AI 성능 자체보다도, AI가 읽고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환경을 먼저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피사 파르마세우티카의 최고정보책임자 헥토르 헤나로 모란도 기술 전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변화가 IT 부서나 경영진만의 과제가 아니라, 조직 전체의 문화와 DNA에 스며들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업형 AI 도입이 성공하려면 기술, 운영, 의사결정 구조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의미다.
시장 흐름도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클라우드 우선 전략과 데이터 거버넌스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기업들은 레거시 시스템을 유지하는 비용과 혁신 지연의 대가를 더 크게 체감하고 있다. AI 경쟁이 본격화할수록, 실제 승부는 새로운 모델을 도입하는 속도보다 데이터를 정리하고 연결하는 기반 역량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흐름은 AI가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라 기업 운영 체계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문제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업형 AI 도입은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전사적 전환 과제로 확대되고 있으며, 클라우드 전환과 시스템 현대화가 그 출발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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