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은 5일 하반기 들어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다시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인공지능 투자 흐름이 이제는 그래픽처리장치 한 종목에만 머무르지 않고 서버, 메모리, 중앙처리장치, 연결 기술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지만, 실제 하드웨어 생태계의 중심축은 여전히 엔비디아와 그 주변 공급망이 쥐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날 삼성증권 이종욱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지난 2일 개막한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 전시회 컴퓨텍스 2026를 계기로 인공지능 산업의 무게중심이 어떻게 이동하고 있는지가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가 이번 행사에서 에이전틱 인공지능과 통합 솔루션, 새로운 중앙처리장치와 개인용 컴퓨터 전략을 함께 제시한 것은 인공지능의 수혜 범위가 기존 그래픽처리장치 중심에서 더 넓은 하드웨어 영역으로 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예전에는 연산 성능이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여러 반도체와 서버 부품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중앙처리장치의 역할 변화가 눈에 띈다는 분석이다. 과거 인공지능 서버에서는 중앙처리장치가 그래픽처리장치에 명령을 전달하는 보조 역할에 가까웠지만,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대화 내용을 기억하는 메모리 관리, 소프트웨어 제어, 여러 서버와 인공지능 작업을 조율하는 오케스트레이션, 데이터 접근, 보안, 저장장치 관리까지 맡는 범위가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변화는 인공지능 산업의 병목 지점이 단순한 계산 속도에서 데이터 연결과 전달 효율, 즉 커넥티비티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과도 맞물린다. 삼성증권은 이런 흐름 속에서 메모리 업체들이 고대역폭 메모리와 차세대 제품을 전면에 내세운 점도 주목했다.
시장의 시선이 올해 들어 다소 넓어진 것도 사실이다. 삼성증권은 인공지능 기대감이 퍼지면서 인텔처럼 그동안 핵심 인공지능 수혜주로 분류되지 않았던 종목들까지 시장수익률을 웃도는 흐름을 보였다고 짚었다. 다만 수혜 종목이 늘어났다고 해서 주도권까지 바뀐 것은 아니라는 게 보고서의 핵심이다.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메모리 기업, 티에스엠시 등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이 여전히 인공지능 하드웨어 시장의 주도권과 생태계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현장에서는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텍스 2026에서 에스케이하이닉스 전시 부스를 함께 둘러보는 장면도 연출돼, 인공지능 반도체 협력 구도가 다시 부각됐다.
삼성증권은 하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베라 루빈 플랫폼이 이런 흐름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새 플랫폼이 나오면 엔비디아의 사업 기회가 넓어지고, 그에 따라 기존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도 함께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인공지능 투자 테마가 확산하는 과정에서도 핵심 인프라를 쥔 기업군으로 자금이 다시 모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인공지능 시장이 더 넓어지더라도, 실제 실적과 투자 매력은 핵심 반도체와 메모리, 생산 파운드리 기업 중심으로 다시 압축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