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 공장 인근 부지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인공지능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장기 생산기반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5일 대만 언론인 중국시보와 연합보 등에 따르면 웨이저자 TSMC 회장은 전날 대만 신주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 21팹 인근에 기존 매입 부지와 같은 규모의 토지를 새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가 추가 부지 확보에 나선 배경에는 주요 대형 고객사들의 공격적인 자본지출과 그에 따른 인공지능 반도체 주문 증가가 있다. 파운드리는 반도체 설계를 맡는 기업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칩을 생산하는 사업을 뜻하는데, 최근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첨단 생산능력 확보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른 상황이다.
웨이 회장은 앞으로 10년 정도는 산업 확대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더 긴 시계로 보면 공장 건설용 부지와 생산설비는 여전히 부족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단순히 공장 한두 곳을 더 짓는 문제가 아니라, 인공지능 확산 속도가 업계 예상을 웃돌면서 첨단 공정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는 TSMC가 생산능력 확대 속도를 늦춘 적이 없다고 강조했고, 현재 첨단 공정 생산액 비중이 전체 생산액의 74%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첨단 공정은 더 미세한 회로를 구현해 고성능·저전력 반도체를 만드는 기술로, 인공지능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서 특히 중요하다.
다만 미국 현지 생산 확대가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웨이 회장은 애리조나 공장 건설이 전반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대기오염 배출 규제, 전력과 용수 부족, 건설 인력 수급난 같은 현실적 제약이 있다고 짚었다. 특히 건설 인력 부족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도 있다고 언급했다. 반도체 공장은 막대한 전력과 초순수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고, 첨단 장비를 다룰 숙련 인력도 충분히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부지 매입만으로 생산능력이 바로 늘어나는 구조는 아니다. 결국 미국의 반도체 자립 강화 정책과 기업의 투자 확대가 맞물리고 있지만, 실제 공장 가동까지는 인프라와 제도 뒷받침이 함께 따라와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웨이 회장은 현재 가장 큰 과제로 전력, 칩, 소재, 첨단 패키징을 포함한 공급망 전반의 병목 현상을 꼽았다. 첨단 패키징은 반도체를 여러 층으로 쌓거나 연결해 성능을 높이는 후공정 기술인데,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이 분야의 부족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그는 이런 문제는 TSMC 한 회사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이사회 정원을 10명에서 12명으로 늘려 성별과 국적을 가리지 않고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인사를 선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는 글로벌 생산거점을 넓히는 과정에서 경영 판단의 폭과 국제적 대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웨이 회장은 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한국 방문 배경을 메모리 수요와 연결해 설명하면서, 한국은 세계 최대 메모리 생산국이고 로직 반도체 제조에서는 TSMC가 가장 큰 업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이 대만식 반도체 공급망 모델을 참고하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TSMC가 대만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대만 반도체 산업이 계속 선두를 유지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이런 흐름은 앞으로 인공지능 반도체 경쟁이 설계 기업과 생산 기업, 메모리와 로직, 그리고 공장 부지와 전력 인프라 확보 경쟁까지 함께 묶인 형태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