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확산으로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 환경 전반에서 ‘토큰 기반 비용’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기업들은 무엇을 얼마나 썼는지보다 ‘누구에게 얼마를 청구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데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핀옵스(FinOps) 분야의 오픈 표준인 ‘FOCUS’ 사양이 복잡한 멀티프로바이더 청구 데이터를 하나의 공통 언어로 정리하는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랜 기간 핀옵스 팀의 가장 큰 부담은 클라우드 사업자마다 제각각인 비용·사용량 데이터를 먼저 정규화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분석에 들어가기도 전에 별도 파이프라인을 직접 만들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시간과 인력이 반복적으로 투입됐다. 월마트($WMT)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매니저 칼 크래프트(Karl Kraft)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핀옵스 X 2026’ 행사에서 이 같은 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크래프트는 핀옵스라는 이름이 자리 잡기 전부터 관련 업무를 맡았으며, FOCUS 사양이 1.0 이전 초안 단계였을 때부터 개발에 참여해 왔다. 그는 당시 두 개의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에게서 받은 엑셀 비용 파일을 처음 보고 “이걸로 뭘 해야 할지 막막했다”며 같은 고통을 다른 팀이 반복해서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 FOCUS 개발의 출발점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FOCUS 사양의 핵심과 비용 배분
FOCUS 사양의 핵심은 단순하다. 어느 사업자에서 생성된 데이터든 같은 방식으로 읽히게 만들어 비용 데이터를 ‘같은 방언’으로 바꾸는 것이다. 대표 사례가 약정형 요금제의 상각 처리다. 기존에는 월 단위로 한꺼번에 청구되는 금액이 표시돼 각 팀이 실제 얼마만큼 사용했는지 분배하기 어려웠지만, FOCUS는 ‘유효 비용’이라는 새 컬럼을 통해 정액 구독료를 일별 사용량 기준으로 나눠 보여준다.
예를 들어 월 3만달러 비용은 원화 기준 약 4569만원, 하루 1000달러는 약 152만2300원 수준이다. 이를 하루 단위로 나눠 어떤 조직이 얼마를 소비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 단순한 총액 청구보다 훨씬 정교한 내부 배분이 가능해진다. 기업 입장에선 비용 책임을 명확히 따질 수 있고, 부서별 차지백(chargeback) 체계도 더 빠르게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쿠버네티스와 SKU 표준화
쿠버네티스 환경에서도 변화가 진행 중이다. FOCUS 1.3 버전에는 ‘사업자 정의 분할 비용 배분’ 기능이 포함됐는데, 이는 클라우드 사업자가 포드 단위 비용 데이터를 청구 피드 안에서 직접 제공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과거처럼 기업이 오픈소스 도구를 따로 붙여 측정 체계를 만들 필요가 줄어드는 셈이다.
현재 개발이 진행 중인 1.5 버전에서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SKU, 즉 세부 상품 단위 가격 데이터셋 표준화가 주요 과제로 다뤄지고 있다. 같은 사업자 안에서도 가격 옵션 데이터가 서로 다른 형식으로 세 가지씩 제공되는 경우가 있어, 실제 현장에서는 비교와 분석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FOCUS는 이 구간까지 표준화해 멀티클라우드 비용 관리의 마찰을 더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AI 확산과 FOCUS의 역할
AI 확산은 FOCUS의 필요성을 더 키우고 있다. 모델 추론 비용이 토큰 단위로 발생하는 구조가 일반화되면서, 기업은 단순한 인프라 사용료가 아니라 어떤 워크로드가 어떤 토큰을 얼마나 소비했는지까지 추적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따라 FOCUS 커뮤니티는 AI 워크플로 안에서 AI 에이전트를 활용할 수 있는 기여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방대한 사양 문서 속 미세한 불일치를 사람만으로 찾기 어려운 만큼, AI를 활용해 검토 효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FOCUS 1.5에는 AI 비용을 ‘토큰 유형’과 ‘워크로드’ 기준으로 세분화하는 기능도 포함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모델 추론에 들어간 비용을 실제 사용한 팀이나 서비스에 다시 연결할 수 있게 된다. 한마디로 ‘AI를 위한 핀옵스’와 ‘핀옵스를 위한 AI’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다.
FOCUS는 아직 기술 사양의 성격이 강하지만, 기업 현장에서는 이미 실무 문제를 푸는 도구로 인식되는 분위기다. 멀티클라우드 비용 관리가 더 이상 단순한 인프라 운영 문제가 아니라 AI 시대의 재무 통제 과제로 옮겨가는 가운데, 공통 데이터 표준의 중요성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비용을 정확히 읽고 배분하는 능력이 앞으로 기업 경쟁력의 ‘기초 체력’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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