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엑스가 대규모 기업공개로 자금을 끌어모은 데 이어 이번에는 최소 200억달러 규모 회사채 발행에 나서면서,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 방식을 한층 다변화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에 따르면 스페이스엑스는 22일(현지시간) 투자자 대상 전화 회의에서 첫 회사채 발행 계획을 공개했다. 발행 규모는 최소 200억달러, 우리 돈 약 30조7천억원이며 만기는 5년물부터 30년물까지로 알려졌다. 통상 장기채 발행은 단기 차입 부담을 줄이고 상환 일정을 길게 가져가려는 목적이 강한데, 이번 조달도 그런 성격이 짙다.
이번 회사채 발행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기존 차입금 상환 수요가 있다. 스페이스엑스는 지난 3월, 자사가 승계한 엑스(옛 트위터)와 xAI의 부채를 갈아타기 위해 브릿지론(장기 자금 조달 전 일시적으로 쓰는 단기 대출)을 활용했는데, 6개월 안에 갚아야 하는 규모가 2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만기가 긴 채권을 찍어 이 돈을 상환하고, 남는 자금은 일반 기업 운영 목적에 투입할 계획이다. 주식을 추가 발행하는 대신 채권을 택한 것은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것을 피하려는 판단으로도 해석된다.
눈에 띄는 대목은 스페이스엑스가 자금 사정이 급박한 기업으로 보이진 않는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기업공개를 통해 857억달러를 조달했고, 현금 보유액도 1천억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회사채 시장에 들어온 것은 최근 인공지능 관련 기업을 둘러싼 투자 열기가 강해지면서, 채권 수요가 충분하다고 본 영향이 크다. 시장에서 자금 조달 여건이 좋을 때 미리 장기 자금을 확보해 두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다만 오펜하이머의 티모시 호란 애널리스트팀은 스페이스엑스의 순부채가 2031년까지 4천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해, 공격적인 확장 전략이 앞으로 재무 부담을 키울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다.
한편 스페이스엑스는 금융시장 조달 외에도 사업 자체에서 현금 흐름을 넓히고 있다. CNBC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날 오픈소스 인공지능 스타트업 리플렉션AI에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고 매달 1억5천만달러, 2029년까지 총 63억달러를 받는 계약을 맺었다. 스페이스엑스는 인공지능 인프라인 콜로서스2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이며, 이를 바탕으로 앤트로픽과 구글 등에도 연산 자원을 공급해왔다. 결국 스페이스엑스는 우주항공 기업을 넘어, 장기 자금 조달과 인공지능 인프라 사업을 함께 키우는 방향으로 외형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스페이스엑스가 우주산업뿐 아니라 대형 기술·인프라 기업으로 평가받는 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