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가 상장 주관사들의 추가 물량 배정 옵션 행사에 힘입어 이번 기업공개로 857억달러를 조달하면서, 세계 증시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상장 기록을 새로 썼다.
로이터 통신이 15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당초 지난 11일 공모가를 주당 135달러로 확정하고 보통주 5억5천556만주를 매각해 750억달러를 확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상장 공동주관사들이 이른바 그린슈(추가 배정 옵션)를 행사하면서 최종 발행 주식 수는 6억3천889만주로 늘었고, 조달 금액도 857억달러, 우리 돈 약 130조원으로 커졌다. 기존 최대 기록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290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그린슈는 대형 기업공개에서 자주 쓰이는 장치다. 상장 뒤 투자 수요가 예상보다 강할 때 주관사가 일정 물량을 더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해 자금 조달 규모를 키우고, 동시에 거래 초반 주가가 지나치게 흔들리는 상황을 완화하는 역할도 한다. 이번 사례는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의 성장성에 강한 기대를 걸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우주 발사, 위성 인터넷, 방위산업 관련 사업이 동시에 확장되는 기업이라는 점이 높은 평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시장 기대를 키운 것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의 낙관적인 전망이다. 그는 엑스를 통해 스페이스X가 2030년에 매출 1조달러에 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실적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스페이스X의 지난해 매출은 186억7천만달러로, 머스크가 제시한 목표는 불과 4년 만에 매출을 폭발적으로 늘려야 가능한 수준이다. 그만큼 지금 주가와 기업가치에는 현재 실적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이 크게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지수 편입 기대도 주가를 떠받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스페이스X는 이달 26일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 러셀 지수, 29일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지수에 편입될 전망이다. 이런 대표 지수에 들어가면 지수를 그대로 따라 투자하는 패시브 자금이 자동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 러셀 지수 편입만으로도 26억8천만달러가 들어올 수 있다고 추정했다. 실제로 주가는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19.3% 뛰었고, 상장 후 두 번째 거래일에는 장중 주당 175달러까지 오르며 강세를 이어갔다. 장 초반 거래대금도 72억달러를 넘어서며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를 합친 수준을 웃돌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였다.
이번 상장은 미국 증시에서 대형 성장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 다만 높은 기대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만큼 앞으로는 실제 매출 확대 속도와 수익성, 우주·통신 사업의 규제 환경, 지수 편입 이후 수급 변화가 주가 흐름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미국 증시에서 초대형 기술·우주 기업 상장이 잇따를 경우 기업가치 평가 기준을 다시 끌어올리는 계기로 이어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