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주가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과 핵심 고객사인 오픈AI의 기업공개 연기 가능성이 겹치면서 25년 만에 가장 큰 주간 하락 폭을 기록했다.
미국 경제방송 시엔비시에 따르면 오라클 주가는 6월 26일(현지시간) 148.53달러로 거래를 마쳐 한 주 사이 18.4% 떨어졌다. 5거래일 동안 33.49달러가 빠진 것으로, 닷컴 버블 붕괴 국면이던 2001년 8월 이후 가장 큰 주간 낙폭이다. 지난해 9월 시가총액이 9천억달러까지 불어났던 때와 비교하면 주가는 55% 넘게 밀렸다. 단순한 기술주 조정이라기보다, 인공지능 투자 경쟁 속에서 얼마나 무리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느냐를 시장이 더 예민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투자자들이 가장 주목한 부분은 급격히 불어난 자본지출과 그에 따른 현금 흐름 악화다. 오라클의 2026 회계연도 설비투자는 전년보다 162% 늘어난 557억달러, 우리 돈 약 85조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기업이 영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에서 투자 지출을 제외한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37억달러, 약 36조원으로 내려앉았다. 5월 말 기준 총부채도 약 1천300억달러, 약 200조원에 이른다. 오라클은 내년 회계연도에 200억달러 규모의 신주 발행을 포함해 모두 400억달러, 약 61조원을 추가로 조달할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인공지능 수요가 살아 있더라도,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와 차입 확대가 기존 주주의 가치 희석 우려를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에 오픈AI 관련 변수도 부담을 더했다. 뉴욕타임스는 오픈AI가 기업공개를 내년으로 미루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오라클은 오픈AI와 2030년까지 3천억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공급 계약을 맺고 있어, 오픈AI의 자금 조달 일정이나 사업 확장 속도 변화는 오라클의 성장 기대에도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에버코어는 수요 신호 자체는 여전히 강하지만, 자금조달 구조와 부채 활용 수준, 신주 발행 속도가 단기 투자자들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시장은 계약 규모보다 그 계약을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안정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재무 체력을 따지고 있는 셈이다.
사업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도 함께 제기된다. 오라클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처럼 클라우드 전 분야를 폭넓게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 인프라 수요가 늘더라도 수익성을 방어하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공지능 모델이 장기적으로는 오라클의 기존 소프트웨어 수요를 일부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기술 소프트웨어 업종 상장지수펀드인 아이셰어즈 익스팬디드 테크소프트웨어(IGV)는 올해 16% 하락했고, 오라클 주가는 같은 기간 24% 내렸다. 오라클은 비용 효율화를 위해 2026 회계연도 임직원 수도 전년보다 2만1천명, 13% 줄어든 14만1천명으로 감축했다.
다만 시장의 시선이 모두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애널리스트의 71%는 여전히 오라클 주식에 매수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오라클도 내년 미시간주, 뉴멕시코주, 텍사스주 데이터센터 추가 건설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다. 이는 단기 주가 급락과 별개로 인공지능 인프라 수요 확대 자체는 유효하다는 판단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오라클이 대규모 투자를 실제 수익과 현금 창출로 연결해 재무 불안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지, 또 오픈AI를 비롯한 대형 고객사의 성장 계획이 차질 없이 이어지는지에 따라 주가 방향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