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술기업 아이비엠이 인공지능 투자 흐름에 제대로 올라타지 못한 여파로 올해 연간 매출 전망을 낮췄다. 기업 고객들의 정보기술 예산이 기존 서버와 소프트웨어에서 인공지능용 인프라로 이동하면서, 아이비엠의 전통 사업이 직접적인 압박을 받은 결과다.
아이비엠은 22일(현지시간) 발표한 2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올해 매출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5% 이상에서 4~5%로 하향 조정했다. 2분기 총매출은 172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늘었지만, 순이익은 21억7천만달러로 전년 동기 21억9천만달러보다 소폭 줄었다. 수치만 보면 급격한 악화는 아니지만, 시장이 주목한 것은 성장세 둔화와 향후 전망의 후퇴였다.
이번 실적 부진은 최근 정보기술 시장의 지출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인공지능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반도체, 고성능 연산장비 같은 기초 인프라 확보에 더 많은 돈을 쓰고 있다. 그만큼 기존 정보기술 예산은 재배분되고 있고, 아이비엠의 주요 고객인 대기업들도 아이비엠 서버와 소프트웨어 지출을 줄이는 대신 다른 컴퓨팅 인프라 투자 비중을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비엠도 지난주 성명을 통해 소프트웨어와 인프라 사업이 기대에 못 미쳤고,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했다고 인정한 바 있다.
주식시장은 이미 이런 흐름을 민감하게 반영해왔다. 아이비엠 주가는 실적 악화 예고가 나온 지난 14일 하루에만 25.2% 급락했고, 이후에도 약세를 이어갔다. 시장에서는 인공지능 투자 확대가 단순한 기술 유행이 아니라 자본지출의 방향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본다. 이마케터의 제이컵 본 애널리스트는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으로 기업 투자금이 기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서 메모리칩 같은 하드웨어로 옮겨가고 있으며, 시장은 인공지능 경쟁에서 뒤처지는 조짐을 보이는 전통 기업에 더욱 엄격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이비엠은 원래 전 세계 대형 기업들이 쓰는 메인프레임 서버 분야의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다만 최근에는 인공지능 플랫폼, 클라우드, 양자컴퓨팅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실시간 데이터 스트리밍 플랫폼 기업 컨플루언트와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 해시코프 등을 인수했고, 이날은 미국 내 양자컴퓨터 칩 파운드리 구축을 위한 의향서도 체결했다고 밝혔다. 또 여러 생성형 모델을 함께 활용하는 인공지능 코딩 도구를 공개하면서 8만명 이상 직원이 이미 이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소프트웨어 개발 확대와 영업·마케팅 효율화, 공급망 최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아이비엠의 과제는 전통 기업용 정보기술 업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인공지능 투자 시대의 수혜 기업으로 다시 자리 잡을 수 있느냐에 모인다. 기존 주력 사업의 둔화를 신사업이 얼마나 빠르게 메울지가 향후 실적과 주가 흐름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대형 기술기업 전반에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어, 인공지능 투자 전환기에 누가 시장 변화에 더 민첩하게 대응하느냐가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