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고객사들의 장비 확약이 늘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증설이 생산장비 주문과 첨단 공정 전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만 여러 고객사가 같은 장비를 동시에 대량 주문했다기보다 EUV 장비 주문, High NA EUV 양산 적용, 포토마스크 전환 협력이 각각 진행되는 양상이다.
ASML은 2026년 2분기 매출 93억2600만유로, 순이익 29억1800만유로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6년 연간 매출 전망은 430억~450억유로로 상향했다.
크리스토프 푸케(Christophe Fouquet) ASML 사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고객사의 증설 계획 가속화가 제품 전반의 고객 확약으로 이어져 장기 수요 가시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AI 관련 투자가 첨단 로직과 메모리 수요를 키우면서 장비 수요의 가시성이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ASML은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2027년 저개구수(NA) EUV 생산능력을 2026년 기준 약 65대에서 30%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8년 추가 30% 확대도 검토하고 있지만, 두 계획 모두 향후 생산능력 확대 일정이다.
고객사별 움직임은 서로 다르다. SK하이닉스는 3월 24일 ASML의 EUV 노광장비를 11조9500억원어치 구매한다고 공시했으며, 장비는 2027년 12월 31일까지 인도돼 차세대 제품 양산에 사용될 예정이다.
인텔은 ASML의 High NA EUV를 인텔 18A 공정의 일부 코어 울트라 시리즈3 프로세서 생산에 적용했다. ASML은 7월 15일 이를 High NA EUV를 활용한 첫 고부가 로직 양산 사례라고 밝혔으며, 기존 장비를 활용해 수율과 제조 적용성을 검증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TSMC와 ASML은 9월 8일 12인치 포토마스크 전환을 위한 협력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양사는 2031년 12인치 마스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고 2033년 첨단 노드 생산에 필요한 장비 준비를 마치는 일정을 제시했으며, TSMC는 2030년부터 High NA EUV를 대량생산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토마스크는 반도체 회로 패턴을 웨이퍼에 옮길 때 사용하는 원판이다. 12인치 포토마스크 전환은 웨이퍼 대형화에 맞춰 마스크 공정의 생산성과 장비 체계를 바꾸려는 시도로, EUV 장비 자체의 신규 주문과는 다른 협력 과제다.
EUV는 극자외선 파장을 이용해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에 새기는 노광 기술이다. High NA EUV는 기존 EUV보다 높은 개구수로 더 미세한 회로 패턴을 구현하는 차세대 기술로, 장비 도입과 수율 검증이 함께 진행돼야 양산 확대가 가능하다.
ASML은 2027년 EUV 생산능력이 거의 예약됐고 2028년 주문도 상당 부분 확보했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ASML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발언을 인용해 중장기 장비 수요가 단기 실적보다 앞서 가시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수주 기반도 확대됐다. ASML은 2025년 말 수주잔고가 388억유로였다고 밝혔고, 2026년 1월 연간 매출 전망을 340억~390억유로로 제시한 뒤 7월 실적 발표에서 430억~450억유로로 올렸다.
이번 흐름은 하나의 대규모 장비 수주보다 AI 메모리와 첨단 로직의 증설이 장비·공정·마스크 기술로 동시에 번지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EUV 장비를 확정 주문했고, 인텔은 High NA EUV 양산 적용을 시작했으며, TSMC는 대형 포토마스크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AI 투자가 반도체 제조 인프라와 공급망으로 확산되는 흐름은 앞서 본지가 전한 반도체·장비 공급망 관련 보도에서도 다뤄진 바 있다. 이번 사례는 AI 수요가 설계와 데이터센터를 넘어 노광장비와 생산공정의 투자 일정에도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에서는 관련 종목도 반응했다. 네덜란드 시장에서 ASML은 9월 7일 종가 기준 1500.40유로로 전일보다 2.25% 올랐고, 서울 시장에서는 9월 8일 오전 SK하이닉스가 3.98%, 삼성전자가 2.59% 상승했다.
다만 생산능력 확대와 High NA EUV 양산 적용, 12인치 포토마스크 전환은 모두 계획 단계가 포함된 사안이다. SK하이닉스 장비 인도는 2027년 12월 31일까지, TSMC의 마스크 파일럿 라인은 2031년, 첨단 노드 생산 준비는 2033년을 목표로 진행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