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모든 것 1 — 정책·프레임워크 편
엑시리스트(Exilist)
2025.11.28 18:10:32
1. 서론: “왜 지금, 원화 스테이블코인인가?”

https://visaonchainanalytics.com/transactions
전 세계 가상자산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이미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았습니다. 테더(USDT), USDC 같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들이 디파이(DeFi)부터 거래소 원활화까지 폭넓게 쓰이며, 시가총액만 수천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한국 투자자들도 오랫동안 국내 원화 시장과 글로벌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잇는 다리로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왔습니다. 예컨대, 원화를 업비트 등의 국내 거래소에 입금해 비트코인이나 USDT로 바꾼 뒤 해외 거래소로 보내는 식으로 우회적인 사용을 해온 것입니다.
이 리포트에서는 한국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최신 상황과 전략적 함의를 정책·산업·투자·사용자 관점에서 종합 정리합니다. 특히 2025년 11월 현재 떠오르는 핵심 이슈들을 조명하여, 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중요한지, 앞으로 어떤 시나리오로 전개될지, 누가 이 시장을 주도하려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 정책/프레임워크: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 규제당국이 스테이블코인에 어떤 틀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는지, 국회에서 논의 중인 ‘스테이블코인법’의 주요 내용과 영향
- 주요 플레이어 지형도: 시중은행, 빅테크(네이버·카카오), 핀테크(토스 등),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빗썸 등) 등이 각자 어떤 강점과 전략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노리고 있는지. 특히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합병을 통한 “한국판 페이팔+코인베이스” 모델의 등장이 갖는 의미
- 기술·인프라 시나리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모델(은행 예금토큰, 100% 준비금 등)과 온체인 구현 방식(퍼블릭체인 vs 허가형, KYC 등)에 따른 장단점, 한국 CBDC(프로젝트 한강)와의 연계 가능성
- 시장 효용과 리스크: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개인 투자자, 기업, 정부 각각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이점과 해결할 문제점,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금융안정·소비자보호 리스크와 대처방안
- 미래 전망: 2025~2030년에 걸쳐 보수적/중립/공격적 세 가지 시나리오로 한국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발전 경로를 예측하고, 각 시나리오에서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기회와 위험을 분석.
2. 기본 개념 정리: 원화 스테이블코인, 예금토큰, CBDC의 차이

생성형 AI 이미지
먼저 용어와 개념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KRW stablecoin)이란 일반적으로 민간에서 발행하되 한국 원화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토큰을 의미합니다. 가장 흔히는 “1코인 = 1원”의 가치를 유지하도록 법정통화 원화와 1:1 교환을 보장하는 구조입니다.
이를 위해 발행자는 동일한 금액의 원화 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하거나, 원화 예금과 연동해 토큰을 발행합니다. 즉, 스테이블코인 보유자는 언제든 해당 토큰을 1원으로 교환(상환)받을 수 있어야 하고, 그 담보로서 발행자는 예치금이나 국공채 등을 통해 100% 이상의 준비자산을 갖춰야 합니다. 가치 변동이 거의 없도록 가격안정 메커니즘을 갖춘 것이 특징으로, 전통 전자화폐와 비슷해 보이지만 블록체인 기반으로 언제 어디서나 전송·거래가 가능하고 스마트컨트랙트와 연계된 프로그래머블 머니로 활용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예금토큰(Deposit Token)은 개념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의 한 형태이지만, 은행 예금을 기초로 토큰화했다는 점에서 주로 구분됩니다. 예금토큰은 은행이 보유한 고객 예금을 1:1로 디지털 토큰으로 발행한 것으로, 해당 은행 또는 은행연합의 지급준비와 예금자 보호 장치가 적용되는 것이 강점입니다. 쉽게 말해, “토큰 형태의 은행예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2025년 추진한 ‘프로젝트 한강’ 실험에서도 시중은행 7곳(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IBK·부산은행)이 참가하여, 참가자들이 은행 앱에서 전자지갑을 개설한 뒤 예금을 토큰으로 전환하여 편의점 등에서 결제하는 파일럿을 진행했습니다. 이 때 발행된 것이 바로 예금토큰이며, 시중은행들은 해당 토큰에 최대 1억원 규모의 예금자보험(예금보험공사) 적용도 시험했습니다. 예금토큰은 은행이 직접 발행하므로 신뢰성과 기존 금융망과의 접목이 용이하지만, 범용성 면에서 민간 독립 스테이블코인보다 제한적으로 설계될 수 있습니다.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말 그대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법정화폐입니다. 이는 발행 주체가 민간이 아닌 한국은행이며, 국가가 통화 주권 하에 관리·감독합니다. CBDC에는 도매형(은행 등 금융기관 사이에서만 쓰는)과 소매형(일반 국민도 사용하는)이 있는데, 현재 한국은행은 주로 도매형 위주의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향후 소매형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CBDC vs 민간 스테이블코인의 관계는 경쟁이라기보다 상호보완 성격이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CBDC는 통화정책 수단으로 활용되고 법정 통화와 1:1 교환되는 최고 신뢰도의 디지털원화지만, 기술혁신 속도가 더딜 수 있습니다. 반면 민간 스테이블코인은 혁신 속도가 빠르고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될 수 있지만 초기에 제도적 신뢰 확보가 과제입니다. 한국은행도 “CBDC 시스템에서 시중은행들이 공동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 등 결합 모델을 구상 중인데, 이는 추후 기술 섹션에서 다루겠습니다.
“토스나 카카오페이 같은 간편결제나 기존 은행 앱이 있는데, 왜 굳이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할까?”
직관적으로 설명하면,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상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이기 때문입니다. 기존 은행 계좌나 전자결제는 국내용 폐쇄망에서만 즉각 결제가 되고, 해외송금이나 타 금융권 이동시엔 시간이 걸리거나 막대한 수수료가 듭니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인터넷만 되면 해외로도 몇 초 내 전송이 가능하고, 이더리움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 위에서 해외 서비스나 디파이와 바로 연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프로그래밍된 지급조건(예: 일정 조건 시 자동 결제, 에스크로, 마이크로페이먼트 등)을 구현할 수 있어 새로운 금융 서비스 창출이 가능합니다. 쉽게 말해, 원화를 인터넷 네이티브 화폐로 만들어 활용 범위를 넓히는 도구인 것이죠.
기존 간편결제나 계좌이체는 중앙화된 회사/은행을 거쳐야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중개자 없이 P2P 전송이 가능하다는 탈중앙의 장점도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개방성 때문에 동시에 자금세탁 위험도 따르니, 제도권 편입이 중요한 것입니다.
3. 한국 정책·규제 프레임 업데이트 (2025년 최신 버전)
2025년 현재 한국의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한국은행, 금융위원회·금감원, 국회라는 세 축이 서로 다른 우선순위와 정치적 이해를 가진 채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투자자 보호”와 “혁신”을 동시에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통화주권·금융안정(한국은행), 규제 일관성과 산업 육성(금융당국), 루나 사태 이후 유권자 여론과 정치적 책임(국회)이 서로 다른 방향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세 축의 입장을 따로 떼어 놓고 보면 단편적인 규제 이슈처럼 보이지만, 함께 놓고 보면 한국형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어떤 구조로 설계될지 상당 부분 가늠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 — 은행 중심 + 단계적 + 강한 규제
2025년 발표된 “디지털 시대의 화폐, 혁신과 신뢰의 조화 :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주요 이슈와 대응방안” 보고서를 참고했을 때,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을 전형적인 ‘가상자산’이라기보다 통화·결제 인프라와 직접 맞닿아 있는 준(準)화폐로 인식합니다. 그 결과 스탠스의 중심에는 항상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이 놓입니다.
한국은행이 특히 경계하는 것은 비은행·빅테크·거래소 등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이를 자사 플랫폼과 결제 시스템에 결합하는 시나리오로서, 이 경우 금산분리 원칙이 흐려질 뿐만 아니라, 특정 플랫폼에 자금이 쏠렸다가 한 번에 빠져나가는 ‘디지털 뱅크런’ 리스크가 커진다고 봅니다.
또한 대규모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해외 거래소·디파이로 이동할 경우 사실상 새로운 자본 유출·환율 변동 채널이 생기는 셈이어서, 통화정책의 유효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 논의에서 일관되게 “은행 중심 구조”를 요구해 왔고, 극단적으로는 “발행사의 지분 51% 이상을 은행 컨소시엄이 보유해야 한다”는 수준의 조건까지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편,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CBDC와 예금토큰, 디지털 바우처를 실거래에 적용해 본 경험은 한국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바라보는 기조에 변화를 주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1) 은행 예금토큰을 예금자보호 체계 안에 두고, 2) 거래는 분산원장에 기록하면서도 3) 개인정보는 이중 암호화로 관리하는 구조를 직접 설계·테스트하면서, “안정적인 공적 인프라 위에서라면 스테이블코인도 수용 가능하다”는 인식을 내재화하게 된 셈입니다.
요약하면 한국은행은 “민간 스테이블코인은 허용하되, 은행이 지배·통제하는 모델이어야 하며, 통화·외환에 미치는 영향까지 감안한 강한 규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사실상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금융위원회/금감원) — 혁신성 고려, 균형형
이에 반해 금융위원회/금감원(즉 금융당국)은 혁신성과 산업 발전도 고려한 균형 잡힌 규율을 목표로 합니다. 금융당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새로운 형태의 금융상품이자 결제성 자산으로 보고, 기존 금융규율 체계 안에 편입하려는 방향성을 뚜렷하게 갖고 있습니다. 핵심은 한국은행이 제시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기준을 ‘은행 중심’으로만 하면 핀테크·빅테크의 혁신성이 저하되고 시장 발전이 늦어진다는 이유입니다.
현재 금융당국의 관심사는 “누가 지배하느냐”보다는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허용할 수 있는 상품이냐”에 가까우며, 핵심 키워드는 준비금 100%, 안전자산 담보, 상환 의무와 같은 건전성 규율입니다. 1) 1:1 법정통화 교환 2) 국채·단기 RP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의 완전 담보 3) 발행액 대비 추가 손실흡수 버퍼(3% 이상) 4) 일정 기한 내(예: 10일 이내) 현금 상환 의무 5) 스테이블코인 잔액에 대한 이자·포인트 지급 금지 등이 금융당국이 설계하는 기본 골격입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나 준비금이 불투명한 구조는 사실상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거나 금지 대상이 됩니다. 이와 동시에 금융위는 발행사를 인가·등록 대상으로 두고, 공시·회계감사·내부통제·파산 시 예치금 우선 상환 등 기존 금융회사와 유사한 규율을 적용하려 합니다. 또한 해외 스테이블코인(USDT·USDC 등)도 국내에서 사용되려면 그대로 등록·허가 대상으로 포섭하는 기준을 검토중입니다.
다만 한국은행이 주장하는 ‘은행 지분 51% 룰’과 같이 지분 구조를 법으로 고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잠가버리면 핀테크·빅테크의 진입이 사실상 차단되고, 한국 디지털 금융·Web3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결국 금융당국은 “엄격한 준비금·건전성 규율 아래에서 은행과 핀테크가 공존하는 시장”을 지향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외환 우려와 혁신 주체의 다양성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습니다.

국회 — ‘금융위 주관+한은 견제’ 구조 추진
국회는 이 둘을 제도적으로 엮어야 하는 정치적 공간의 입장입니다. 테라·루나 사태 이후 국회의 기본 정서는 “강력한 투자자 보호”에 가깝지만, 동시에 미국·EU·홍콩·싱가포르 등 주요 시장이 스테이블코인·토큰화 규율을 서둘러 정비하는 가운데 한국만 뒤처질 수는 없다는 현실 인식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현재 국회에는 다수의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어 있습니다. 특히 여당(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가치안정형 가상자산 발행 및 이용자 보호법’(일명 스테이블코인법)이 2025년 하반기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대표발의 준비 중인 이 법안은 사실상 당론에 가까운 무게를 지니며, 주요 내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었습니다.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112550411
1) 발행 주체 자격:
- 은행뿐만 아니라 일정 요건을 갖춘 핀테크 기업도 가능.
- 발행액 규모에 따라 자기자본 요건을 차등화하여, 발행액 1,000억원 미만이면 자기자본 50억원, 1,000억원 이상이면 100억원.
- 비교적 자본력이 작은 핀테크에도 진입기회를 준 것이 특징.
- 다만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 빗썸 등)는 발행 겸영 금지 조항을 넣어 이해상충 차단을 명시.
- 즉 거래소는 직접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지 못하고, 반드시 별도 법인이나 파트너십을 통해서만 참여
2) 준비자산 및 건전성:
- 100% 이상의 지급준비자산을 보유토록 하되, 추가로 발행액의 3% 이상 별도 적립금을 쌓아 비상시 손실흡수 버퍼로 활용
- 준비자산의 종류도 제한하여 현금, 한국 국채, 3개월 이내 만기의 RP(환매조건부채권) 등 안정적이고 즉시현금화 가능한 자산만 인정.
- 발행사가 상환 요청 시 10일 이내 현금 상환도 의무이며, 스테이블코인에 이자나 포인트 등의 경제적 이익 제공 금지도 포함. (다만 출시 초기 1개월 이내는 예외적으로 가능)
3) 발행 인프라 요건:
- 공개형 분산원장(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발행만 허용. 이더리움, 솔라나 등 퍼블릭 체인 위에서 발행해야 하며, 프라이빗/폐쇄형 체인은 불허.
4) 감독 및 기타:
- 해외 스테이블코인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여, USDT·USDC 등도 국내에서 서비스하려면 금융위 등록·허가
- 발행사 인허가 권한은 금융위에 두되, 한국은행도 준비자산 적정성 점검 권한을 갖고, 필요 시 금융위에 거래중단 요청이나 발행사 자료제출 요구.
- 즉 ‘금융위 주관+한은 견제’ 구조로 설계.
4. 결론: ‘할 거냐 말 거냐’에서 ‘어떤 판을 짤 거냐’로
민주당 법안이 등장하면서 국회 입법 논의는 사실상 ‘레일이 깔린 상태’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미 민병덕 의원의 디지털자산기본법안(스테이블코인 포함), 안도걸·김현정 의원안, 야당 김은혜 의원안 등 여러 버전의 법안이 계류 중이지만, 여당 원내대표가 직접 나서는 안이 테이블 중앙에 올라왔다는 건 “어떤 형태로든 스테이블코인 법제화는 간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이제 논쟁의 초점은 할 거냐 말 거냐가 아니라, 누가 어떤 조건으로 이 시장에 들어올 수 있을지, 권한과 책임을 어디까지 나눌지에 대한 디테일 조정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한은 vs 금융위, 그리고 재편될 시장 구조
이 디테일의 핵심 축이 바로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 사이의 구도입니다. 한국은행은 통화·외환·금융안정 관점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사실상 새로운 ‘디지털 원화’가 될 수 있는 수단으로 보며, 은행 지분 51% 룰, 한은이 참여하는 감독협의체 등 강한 안전장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금융위는 안전성은 담보하되, 은행만의 폐쇄적인 게임으로 만들면 혁신이 죽는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핀테크에도 발행 문을 열어주되 자기자본 요건을 차등 적용하고, 퍼블릭 블록체인 사용 의무, 100% 이상 준비금, 상환 의무, 이자 지급 금지 등 ‘누구든 따라야 하는 행동 규칙’ 중심의 규제 프레임을 짜는 모습입니다. 결국 이 법은 “은행 중심 안정성”과 “핀테크·빅테크 중심 혁신성” 사이에서 어느 지점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시장 지형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입법이 실제로 통과되면 스테이블코인 시장 구조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정리·재편됩니다. 아무나 토큰을 찍던 시대는 끝나고, 인가를 받은 금융회사나 핀테크만 합법적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게 됩니다. 이들이 발행한 토큰은 이더리움 등 공개형 메이저 블록체인 위에서 돌아가고, 그 뒤에 깔린 준비금은 국내 금융기관이 보유한 현금·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구성되며, 감독은 금융위가 인가와 영업 규율을, 한국은행이 준비자산·통화·외환 측면의 영향을 점검하는 식으로 이중 감시 체계를 갖추게 됩니다. 형태만 놓고 보면 전통적인 의미의 코인이라기보다는, 공공성과 민간 효율성이 섞인 하이브리드 디지털 화폐 인프라에 가까운 구조가 되는 셈입니다.
그렇게 되면 과거 테라와 같은 비허가·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규제 밖에서 사실상 통용되던 시대를, 인가된 원화 스테이블코인들이 순차적으로 대체하게 됩니다. 투자자와 이용자 입장에서는 “어디서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는 코인” 대신, 누가 발행했고 준비금은 어디에 있고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는지 최소한의 정보와 책임구조가 보장된 토큰으로 갈아타는 그림입니다.
다만 이런 변화가 항상 해피엔딩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인가 요건과 규제가 강해질수록 초기 진입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자본력과 규제 대응 역량을 갖춘 기존 금융권, 빅테크, 대형 핀테크로 좁혀집니다. 소비자 보호와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리스크가 눈에 띄게 줄어들겠지만, 동시에 새로운 사업자가 실험적인 모델을 들고 뛰어들 여지는 상당 부분 줄어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누가 승자가 되느냐”는 기술력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누가 먼저 인가를 따는지, 누가 더 많은 사용처를 확보하는지, 그리고 누가 기존 금융·빅테크·거래소 네트워크를 얼마나 촘촘하게 엮어내는지에 따라 판도가 갈릴 공산이 큽니다.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합병의 의미

이런 관점에서 보면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합병은 ‘법제화 이후’ 구도를 미리 보고 선제적으로 움직인 전형적인 포지셔닝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네이버는 국내 최대의 생활·커머스·콘텐츠·결제 플랫폼을 가진 플레이어이고, 두나무(업비트)는 국내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이자 글로벌 Web3 운영 역량을 가진 사업자입니다. 이 둘이 한 그룹 안으로 묶일 경우, 네이버페이에서 쓰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곧바로 업비트 상장 자산과 연결되고, 이 자산들이 다시 국내외 Web3 서비스로 이어지는 구조, 즉 한국판 “페이팔 + 코인베이스” 모델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집니다.
스테이블코인법이 통과된 이후에는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연합이 인가를 전제로 한 ‘빅테크+거래소 연합 스테이블코인’의 가장 유력한 축이 될 수 있고, 여기에 맞서 은행 컨소시엄(예금토큰 중심)과 토스·카카오 등 핀테크·다른 빅테크 진영이 어떤 조합과 내러티브로 대응할지가 다음 라운드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입니다. 결국 이번 입법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할 것인가”라는 1차원적인 논쟁이 아니라,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힘과 책임을 안겨줄 것인가”를 둘러싼 권력 재배치 과정에 가깝습니다.
법이 통과되는 순간 한국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 은행권 컨소시엄 스테이블코인,
-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를 축으로 한 빅테크+거래소 연합,
- 그리고 그 사이에서 틈새를 노리는 핀테크·PG사들이 동시에 뛰어드는 다극 경쟁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과정에서 안정성과 보호장치는 강화되지만, 혁신의 주도권이 기존 강자에게 집중될 위험도 함께 커집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주요 플레이어들’의 행보
다음편에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중은행 및 은행 컨소시엄, 토스를 비롯한 핀테크, 네이버·카카오 같은 빅테크, 업비트·빗썸 등 가상자산 거래소 각 그룹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놓고 어떤 전략과 움직임을 취하고 있는지, 플레이어 맵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살펴볼 예정입니다.
특히 이번 편에서 간단히 짚고 넘어간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합병이 실제로 스테이블코인, 온체인 결제, Web2–Web3 브리지 구조를 어떻게 재설계할 수 있는지, 그리고 카카오·토스·은행권이 이에 어떻게 맞불을 놓으려 하는지까지, 다음 편인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주요 플레이어의 행보’에서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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