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벤처캐피털 베이스10 파트너스가 총 8억5000만달러, 원화 약 1조2903억원 규모의 신규 펀드 2개를 조성했다. 투자 초점은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물류, 건설, 급여 관리, 제조업 같은 ‘실물경제’ 영역의 자동화를 앞당기는 데 맞춰졌다.
이번에 조성된 펀드는 시드와 시리즈A 투자에 쓰이는 ‘펀드 4’와 시리즈B 투자용 ‘펀드 2’다. 공동창업자 아데예미 아하오(Adeyemi Ajao)는 크런치베이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베이스10의 핵심 투자 논리를 “기존에 상위 1%만 누리던 기술 역량을 나머지 99%에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스10의 기존 포트폴리오에는 중남미 디지털은행 누뱅크, 차량 안전 관리 스타트업 모티브, 여행사 대상 플랫폼 위트래블, 기업용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해피 로봇, 커피 체인 블랭크 스트리트 등이 포함돼 있다. 공통점은 화려한 소비자 서비스보다 산업 현장의 비효율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다.
물류·건설·제조업서 AI 기회 탐색
베이스10은 특히 물류, 급여 관리, 건설 같은 전통 산업을 유망 분야로 보고 있다. 아하오는 텍스트를 이해하는 거대언어모델(LLM)을 넘어, 이미지와 실제 환경을 이해하는 ‘비전 모델’과 ‘월드 모델’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I가 건설 현장의 모든 픽셀과 물리적 요소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면 로보틱스 도입이 크게 빨라질 수 있다고 봤다.
제조업도 핵심 관심 분야다. 향수, 제약, 반도체, 콘크리트처럼 서로 다른 생산 공정을 AI가 텍스트처럼 구조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실물경제 자동화의 적용 범위가 한층 넓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는 단순한 사무 자동화를 넘어 생산성과 운영 효율을 직접 끌어올리는 투자 기회로 읽힌다.
연구 우선 전략으로 투자 선별
투자 단계는 시드부터 시리즈B까지 폭넓다. 베이스10은 초기 단계 펀드에서 매년 10~15건의 시드 투자와 2~3건의 시리즈A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규모가 비슷한 시리즈B 펀드는 연간 3~4건 정도에 투자한다.
눈에 띄는 점은 ‘리서치 우선’ 접근법이다. 베이스10은 특정 산업에 투자하기 전 수개월 동안 시장 구조와 기술 변화를 분석한다. 예를 들어 AI가 본격 도입된 뒤 IT 지원 업체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질지, 혹은 현대식 레스토랑의 소프트웨어 체계는 어떤 구조가 될지를 먼저 연구한 뒤 관련 기업을 전 세계적으로 접촉한다.
아하오에 따르면 베이스10은 전체 시간의 약 50%를 현재 자금 조달 중이 아닌 기업을 만나는 데 쓴다. 실제 투자 결정의 90%가 이런 사전 연구에서 나온다는 설명이다. 최근 와이콤비네이터 배치 160개 기업 가운데서도 자체 연구와 맞아떨어지는 팀만 선별적으로 검토했다.
AI 도구는 활용하지만 최종 판단은 사람 몫
베이스10은 내부적으로 ‘베이스11’이라는 AI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기업 분류와 시장 조사 자동화를 돕는다. 다만 아하오는 실제 투자 판단과 딜 경쟁력은 오히려 예전보다 더 ‘사람 중심’이 됐다고 강조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창업자를 사람으로서 깊이 이해하고, 고객과 직접 대화하며 제품과 시장의 접점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의미다. 벤처투자 업계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투자사 역시 왜 자신들과 손잡아야 하는지를 더 분명하게 설명해야 하는 환경이 됐다는 진단도 내놨다.
베이스10은 수익 일부를 사회 환원하는 정책도 유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어드밴스먼트 이니셔티브’를 통해 성과보수의 최대 50%를 재정 지원이 부족한 대학과 대학교에 기부해 장학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번 펀드 조성은 AI 투자 열기가 여전히 강한 가운데서도, 시장의 시선이 소비자용 서비스에서 ‘실물경제 자동화’로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화려한 기술 담론보다 산업 현장의 효율 개선에 집중하는 자금이 늘어날수록, 물류·건설·제조업 전반에서 새로운 유니콘이 나올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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