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1일 하루 만에 8% 넘게 뛰며 7,800선을 회복했다. 최근 며칠 이어진 급락 흐름에서 벗어나 단숨에 반등한 것으로, 국내 대표 반도체주인 삼성전자와 에스케이하이닉스가 지수 상승을 강하게 이끌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06.64포인트(8.42%) 오른 7,815.59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부터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면서 7,486.37로 출발했고, 상승 폭을 더 키웠다. 상승률은 4월 1일 8.44% 이후 34거래일 만에 가장 높았고, 역대 기준으로도 여섯 번째로 큰 폭이다. 지수가 급등하면서 오전 9시 24분께 코스피 시장에서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는 선물 가격이 일정 폭 이상 급등할 때 프로그램 매수 주문을 잠시 멈추는 장치로, 과열된 매매를 진정시키기 위한 안전장치다.
이번 반등의 직접적인 계기로는 삼성전자 노사 협상 타결이 꼽힌다. 전날 밤 삼성전자와 노동조합이 협상에 합의하면서 파업 우려가 일단 해소됐고, 투자자들이 불확실성 완화에 반응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누그러질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면서 국제유가가 약 5% 내렸고, 뉴욕 증시 3대 지수도 일제히 상승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 다시 말해 주식처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자산에 자금이 몰리는 분위기가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줬다. 인공지능 반도체 대표 기업 엔비디아의 실적 호조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4.5% 오른 점도 국내 반도체주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기관이 장세를 주도했다. 기관은 이날 코스피에서 2조9천6억원어치를 순매수해 지수 반등의 핵심 동력이 됐다. 이는 지난 4월 1일과 3월 18일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큰 기관 순매수 규모다. 반면 외국인은 1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지만, 순매도 규모는 2천196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개인은 최근 10거래일 동안 이어온 순매수 행진을 멈추고 2조6천75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장 초반에는 5천억원 넘게 사들였지만, 지수가 빠르게 오르자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0.7원 내린 1,506.1원을 나타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서는 반도체 비중이 더욱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8.51%, 에스케이하이닉스는 11.17% 올라 두 종목의 시가총액 비중이 코스피 전체의 4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두 회사 시가총액 합계는 3천133조6천29억원으로, 지난 14일 이후 5거래일 만에 다시 3천조원을 넘어섰다. 시장 전체 시가총액도 6천394조9천751억원으로 다시 6천조원을 회복했다. 업종별로는 전기·전자(9.69%)가 가장 크게 올랐고, 운송장비·부품(9.10%), 제조(8.96%), 보험(8.63%), 기계·장비(8.50%)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코스닥도 49.90포인트(4.73%) 상승한 1,105.97에 마감했고, 오전 9시 27분에는 코스닥 시장에서도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날 급반등은 노사 갈등 해소, 중동 정세 완화 기대, 미국 기술주 강세, 반도체 업황 기대, 이달 수출 호조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다. 다만 외국인 매도 기조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지수 상승이 소수 대형 반도체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앞으로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이 같은 흐름은 대외 불확실성이 더 잦아들고 반도체 실적 개선 기대가 이어질 경우 추가 반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단기 급등에 따른 변동성 확대 가능성도 함께 안고 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