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을 전통적인 보안 대비 더 중요한 예산 우선순위로 설정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아마존웹서비스(AWS)가 9개국의 IT 의사결정권자 3,73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생성형 AI 도입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45%가 2025년 IT 예산에서 생성형 AI에 가장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 보안 기술에 예산을 집중하겠다는 응답 비율(30%)을 크게 앞선 결과다.
AWS의 생성형 AI·AI/ML Go-to-Market 부문 부사장 라훌 파닥(Rahul Pathak)은 “보안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AI 활용 사례가 폭증하면서 기업들이 전사적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폭넓은 활용 가능성과 비즈니스 구조 전환의 요구가 예산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AI 기술이 실험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생산 환경에서 활용되는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진단했다. 조사대상 기업 중 90%가 이미 생성형 AI 기술을 어느 정도 도입했으며, 44%는 생산 현장에 본격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의 확산과 함께 조직 구조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60%가 전담 임원인 최고AI책임자(CAIO)를 이미 임명했으며, 2026년까지 이 비율이 8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여전히 4곳 중 1곳은 체계적인 AI 전환 전략이 부족한 것으로 밝혀져 조직 변화 관리가 핵심 과제임을 시사했다.
AI 기술 도입 속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인 장애 요인도 존재한다.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은 2024년 평균 45건의 AI 실험을 실시했지만, 이 중 20건만이 실제 사용자에게 전달될 것으로 예상돼 생산 전환의 벽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중 55%는 ‘전문 인재 부족’을 최대 장애 요소로 지목했다.
이 같은 인재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인력 확보와 내부 교육을 병행하는 복합 전략을 전개 중이다. 실제 56%는 이미 내부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고, 추가로 19%는 연말까지 훈련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2025년에는 전체 기업의 92%가 생성형 AI 기반 직무 채용에 나설 계획이며, 25%의 기업은 신입 채용의 절반 이상을 AI 관련 인력으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기술 도입 방식에서도 전통적인 ‘내부 개발 위주’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직 독자 기술로 생성형 AI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기업은 25%에 불과하며, 대다수는 기존 모델(FM)을 활용해 맞춤형 애플리케이션이나 미세 조정(Fine-tuning)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전환 중이다. 특히 금융 산업에서도 44%가 범용 솔루션을 선호하는 등 과거와 다른 접근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국가별 채택 속도의 격차다. 인도는 전체의 64%, 한국은 54%가 생성형 AI에 대한 투자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는 반면, 미국은 평균치인 44%를 기록해 동아시아 국가들에 다소 뒤쳐졌다. 전체적으로는 65%의 기업이 AI 구현을 위해 외부 벤더에 일정 부분 의존하고 있으며, 15%는 전적으로 외부업체에 의존하고 있었다. AWS는 이를 위해 메타, 앤트로픽, 코히어 등 다양한 파트너 생태계를 확보해 고객 맞춤형 AI 전략을 지원 중이라고 강조했다.
생성형 AI의 가치에 회의적인 기업들에게 파닥은 “이제는 관망할 여유가 없다. 동종 업계 경쟁자들이 먼저 도입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순간 따라잡기는 더욱 어려워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AI가 가져오는 변화 속도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며, 오늘날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불과 6개월 후면 일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AWS 보고서는 기업들이 기술 그 자체보다는 ‘비즈니스 성과’에 초점을 두고 AI를 도입할 때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AI 예산 규모나 기술 완성도보다는 기업 고유의 데이터와 목표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기업이 시장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