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열풍이 불어닥친 가운데, 회계 소프트웨어 기업 인튜이트(Intuit)가 초기의 '챗봇 중심 전략'을 폐기하고, 고객 중심의 에이전트형 AI로 방향을 급선회하며 기업용 AI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2023년 9월까지 획기적인 AI 기능을 출시하라는 최고경영자의 지시 아래, 인튜이트는 급하게 '인튜이트 어시스트(Intuit Assist)'라는 챗봇 기능을 선보였지만, 기대와 달리 고객 반응은 냉담했다. 화면 일부를 차지하면서도 명확한 기능을 제공하지 못한 이 챗봇은 오히려 사용자 혼란만 가중시켰다. 실제로 퀵북스(QuickBooks) 부사장 데이브 탈라크(Dave Talach)는 이를 일컬어 “혼란의 수렁”에 빠졌던 시기였다고 회고했다.
이후 9개월 간의 대대적 전환을 추진한 인튜이트는 '배를 불태우듯' 과감한 혁신을 감행했다. 사용자의 실제 작업 환경을 관찰하던 중, 이메일 영수증을 수동으로 퀵북스에 복사·붙여넣기 하고 있는 고객 행동이 전환점이 됐다. 이를 통해 인튜이트는 '새로운 행동 유도'가 아닌 '기존 작업의 수월화'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 같은 철학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인튜이트는 핵심 기술 리더를 현업 부서에 파견하고, 중간관리자 1,800명을 해고했다. 대신 AI, 엔지니어링, 사용자 경험 중심으로 인력을 재배치하여, 보다 빠르고 고객지향적인 실험 문화를 도입했다.
전환의 핵심은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첫째,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빌더 문화(builder culture)'를 조성하기 위해 자기 주도적 SI 단위 조직을 구축했다. 둘째, 문서 기반 결정에서 벗어나 '프로토타입 중심의 반복 개발'을 전사적으로 도입했다. 셋째, 내재화된 AI 인프라인 'GenOS 플랫폼'을 통해 900명 이상의 개발자들이 5주 만에 수백 개의 AI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다양한 대형언어모델(LLM)을 자동 전환하는 라우팅 시스템도 포함되어, 예기치 않은 장애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퀵북스에 적용된 대표적 에이전트는 지불 이력을 분석해 연체 수수료를 제안하거나, 구글 지메일에서 영업 기회를 자동 탐지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튜이트에 따르면 AI 기반 기능을 사용하는 기업은 평균적으로 지불일이 5일 빨라지고, 매월 최대 12시간의 업무 시간을 절약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제 연 매출 1억 달러까지의 중견 기업으로 고객층을 확대하며, 기존 고객군(5백만 달러 이하)보다 더욱 복잡한 업계를 겨냥한 확장을 추진 중이다. 지난 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CEO 사산 구다르지(Sasan Goodarzi)는 AI 투자 덕분에 연간 16%의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챗봇 실패라는 초기의 좌절이 오히려 탄탄한 전환 전략의 밑거름이 됐다고 강조했다.
인튜이트의 사례는 단순히 대형 언어모델을 붙이는 기술적 시도를 넘어서, 조직 문화와 운영 모델, 그리고 기술 인프라를 통합적으로 혁신한 기업용 AI 도입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중요한 교훈은 AI 도입의 출발점이 기술 자체가 아니라 '고객이 실제 수행하는 업무'여야 한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