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과 미디어 산업 현장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기 위한 정부 주도의 논의 자리가 마련되면서, AI 기반 콘텐츠 제작 환경 확대에 속도가 붙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전파진흥협회는 9월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가든호텔에서 ‘2025 방송·미디어분야 AI 혁신인재 양성 세미나’를 열었다. 이번 세미나는 디지털·미디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는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방송업계에 종사하는 300여 명이 참석해 여러 기관 및 전문가들과 함께 AI 기술이 방송 현장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지에 대해 논의했다.
세미나에서는 최신 AI 기술 동향뿐만 아니라 실제 방송 제작에 AI를 도입한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됐다. 박구만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기조연설을 통해 AI가 방송 제작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기술이 미디어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가운데, 국가적 차원에서 기술 자립을 모색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들이 이어졌다. MBC 선거방송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경험을 소개한 도스트일레븐의 양효걸 대표를 비롯해, 연합인포맥스는 자체 개발한 AI 뉴스 제작 플랫폼 ‘인포X’를 공개했다. 인포X는 보도자료와 기사, 웹사이트 링크 등을 AI에 입력하면, 자동으로 아나운서 음성과 이미지가 포함된 숏폼 영상 등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러한 플랫폼은 뉴스 제작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KBS와 EBS의 사례도 발표됐다. KBS는 AI 기술을 활용한 다큐멘터리와 대하드라마 제작 사례를 설명하며, 인물 인식 기반 AI 솔루션 ‘버티고’를 통한 영상 편집 자동화 기술도 소개했다. 이 기술은 지난해 일본 공영방송 NHK 프로그램에도 적용된 바 있어, 국산 AI 기술의 해외 진출 가능성도 실질적으로 확인됐다. EBS는 AI만으로 제작한 단편극장을 선보이며 방송계 최초의 AI 독립 콘텐츠 사례로 평가받았다.
정부는 이 같은 AI 도입이 단순 기술 적용을 넘어 새로운 인력 수요를 유도하고 방송 산업 전반의 혁신을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강도성 방송진흥정책관은 행사에서 AI 기술의 현장 적용 역량을 높이기 위해 제작자 대상의 교육과 인재 양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방송·미디어 산업 전반에 AI 기술이 더욱 깊숙이 스며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이며, 제작 방식의 효율화뿐 아니라 콘텐츠 품질 제고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