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 조정과 함께 암호화폐 시장이 ‘가격 상승’에서 ‘수익 창출’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됐다.
18일 길드 파이낸스 공동 창업자 루치르 굽타는 코인데스크를 통해 “가격이 작동하지 않을 때는 수익률이 중요해진다”고 밝히며 현재 시장이 수익 중심 구조로 전환되는 국면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강세장에서는 단순히 위험자산을 매수하고 상승을 따라가는 전략이 통하지만, 시장 환경이 바뀌면 레버리지가 축소되고 거래량이 감소하면서 “얼마를 벌었는가”보다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벌고 있는가”가 핵심 질문이 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암호화폐 시장은 이러한 전환 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비트코인은 고점 대비 약 50% 하락했으며, 투기적 포지션은 축소되고 무기한 선물 펀딩비도 정상화됐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는 투자자들에게 스테이킹 등 수익이 투자 유지의 중요한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됐다.
이더리움 스테이킹 수익률은 복합 이더 스테이킹 금리 기준 약 연 2.5~4% 수준이며, 솔라나 검증자 보상은 약 6~8% 수준으로 나타났다. 또한 대출 프로토콜에서도 담보 자산별로 다양한 수익률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온체인 수익은 가격 상승 없이도 발생하며, 이미 여러 형태로 분산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실제 스테이킹 참여 지표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확인된다. 이더리움 스테이킹 비율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전체 공급량의 약 30% 수준까지 확대됐다. 가격이 크게 하락하는 구간에서도 스테이킹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며, 이는 투자자들이 가격과 무관하게 수익률을 고려해 자산을 배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관 투자자들도 이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지난해 스테이킹 관련 규제 명확성을 제시한 이후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스테이킹 이더리움 트러스트를 포함해 반에크, 그레이스케일, 피델리티 등 주요 자산운용사가 참여한 스테이킹 연계 ETF 및 ETP 상품이 약 20개 가까이 출시되거나 신청됐다. 이는 이전 전체 기간을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다.
또한 약 8조 달러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모건스탠리는 2월 통화감독청에 국가 신탁은행 인가를 신청하며 고객 대상 암호화폐 수탁 및 스테이킹 서비스 제공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전통 금융기관이 수익형 디지털 자산 시장에 본격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됐다.
다만 현재 출시된 대부분의 상품은 수동형 구조에 머물러 있다. 투자자는 네트워크에서 제공하는 수익률을 그대로 수취하면서 동시에 가격 변동에도 노출되며, 만기 구조나 수익과 원금의 분리 운용이 불가능하다. 보고서는 이러한 구조가 시장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테이킹 수익은 본질적으로 ‘금리 시장’과 유사한 특성을 갖는다. 우선 수익률이 네트워크 활동에 따라 변동한다는 점이다. 거래량, 검증자 수, 참여도 등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며, 네트워크 수요가 높을수록 수익률이 상승하고 반대의 경우 하락한다. 이는 단순 리스크가 아니라 거래 가능한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스테이킹은 구조적 비유동성을 갖는다. 예를 들어 이더리움은 검증자 참여 대기 기간이 2개월 이상 소요되며, 이는 미래 수익률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는 ‘기간 구조’를 형성한다. 현재 수익률과 미래 예상 수익률 간 차이는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이러한 특성은 스테이킹 수익이 독립적인 금리 시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원금과 수익을 분리해 거래할 수 있는 상품, 만기 구조를 반영한 상품, 수익률 방향에 베팅할 수 있는 금융 도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전통 채권 시장의 스트립채권, 제로쿠폰 채권, 변동금리채와 유사한 개념이다.
해당 인프라가 구축될 경우 시장은 자연스럽게 능동적 운용 단계로 진입하게 된다. 단순히 수익을 수취하는 것이 아니라 만기별 전략, 유동성 프리미엄, 네트워크 활동 전망을 기반으로 수익률을 관리하는 구조로 발전하게 된다.
탈중앙화금융에서는 이미 유사한 시도가 진행됐다. 펜들 파이낸스는 원금 토큰과 수익 토큰을 분리해 거래하는 구조를 구현했지만, 규제 불확실성과 증권성 이슈로 인해 기관 자금이 유입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론적으로 루치르 굽타는 암호화폐 시장이 수익 기반 금융 시장으로 진화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강세장은 가격 상승을, 약세장은 수익을, 성숙한 시장은 정교한 리스크 관리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현재 시장은 두 번째와 세 번째 단계 사이에 위치해 있으며, 이를 뒷받침할 금융 인프라는 아직 충분히 구축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