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청와대 인공지능미래기획수석은 18일 인공지능 확산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대신 고용 감소와 소득 양극화를 키울 수 있다며, 한국이 독자적인 인공지능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사회적 충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 수석은 이날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26 한국경제인협회 경영자 제주하계포럼 강연에서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자원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오픈에이아이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의 발언을 인용하며,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이른바 특이점의 경쟁력은 결국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하고 처리하는 메모리에서 갈린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메모리 반도체 역량을 갖추고 있어, 인공지능 산업 주도권 경쟁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강한 기반이 있다는 평가다.
그는 인공지능이 글·음성·이미지 같은 정보를 잘게 나눈 ‘토큰’을 바탕으로 이해하고 계산한다고 설명하면서, 앞으로는 이 토큰을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지능 공장’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영어 중심 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인공지능 모델에서는 같은 내용을 처리해도 한국어가 더 많은 토큰을 써 비용이 커지는 구조라고 짚었다. 이는 한국어 기반 서비스나 산업 응용에서 해외 플랫폼 의존도가 높을수록 비용 부담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는 이런 이유로 한국어 환경에 맞는 자체 인공지능 역량을 키워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한국이 ‘지능 수출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수석은 이른바 소버린 인공지능의 의미도 단순한 한국어 특화 모델 개발에 한정하지 않았다. 전력, 반도체, 그래픽처리장치, 데이터센터, 데이터, 원천기술, 응용기술까지 인공지능 생태계 전반에서 주도권을 넓혀야 진정한 자립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각국이 강력한 인공지능을 전략 자산처럼 관리하기 시작했다며, 앞으로는 첨단 인공지능도 수출 통제 대상이 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응하려면 국가 차원에서 최소한 하나 이상의 경쟁력 있는 자체 인공지능을 갖춰야 하고,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강점으로는 세계 3위 수준의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력, 세계 1위 메모리 반도체 생산·수출 역량, 제조업 기반, 에너지 믹스를 바탕으로 한 전력 경쟁력을 제시했다.
그는 인공지능 확산이 사회 구조를 바꿀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 생산성이 높아질수록 고용 없는 성장이 나타날 수 있고, 성장의 과실이 일부 계층에 집중되는 K자형 양극화가 심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초과 세수를 미래 산업 육성에만 투입할 것이 아니라 청년 세대의 성장 기반과 지방 경제 활성화에도 함께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데이터센터 정책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추론용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수요가 유망할 것으로 보고, 전력과 부지가 필요한 대규모 시설은 지방 산업단지와 연계하고 수도권에는 소규모 추론용 데이터센터를 두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3박 4일 일정으로 마무리된 이번 포럼에는 기업인 400여명이 참석해 인공지능 시대의 생존 전략과 미래 경영 방향을 논의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인공지능 경쟁이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반도체, 전력, 데이터 인프라, 고용 정책까지 아우르는 국가 산업 전략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