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SpaceX)가 미국 텍사스주 배스트럽에서 산업용 가스터빈 블레이드와 베인 생산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장에 필요한 전력 확보가 병목으로 떠오르자 핵심 부품 공급망을 내부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이다.
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스페이스X가 배스트럽에서 블레이드와 베인 주조 공장 건설과 운영 준비를 맡을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로헤지(ZeroHedge)는 이 보도와 일론 머스크의 X 게시물을 토대로 스페이스X가 AI 데이터센터 전력 부족을 겨냥해 터빈 핵심 부품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는 X에서 “천연가스 터빈 생산의 제한 요인은 블레이드와 베인 주조”라며 “스페이스X에서 자체 주조하면 천연가스 터빈이 온라인으로 올라오는 시점을 최대 18개월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터빈 완제품보다 고온 부품 주조가 병목이라는 판단을 드러낸 발언이다.
머스크는 같은 글에서 스페이스X와 테슬라($TSLA)가 각각 연 100GW 규모의 태양광 생산능력을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수년간은 천연가스가 태양광을 보완하고 초기 전력 공급을 떠받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언은 AI 인프라 경쟁이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를 넘어 전력 설비와 부품 공급망으로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반도체만으로 가동되지 않고 전력, 냉각, 변압기, 배전 설비가 동시에 맞물려야 한다.
터빈 블레이드와 베인은 가스터빈의 고온 구간에서 회전하거나 공기 흐름을 제어하는 부품이다. 제로헤지는 해당 부품이 화씨 3000~3600도, 섭씨 약 1649~1982도 환경에서 작동하며 내부 냉각 통로, 열 차단 코팅, 정밀 주조 공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가스터빈은 압축한 공기와 연료를 태워 고온·고압 가스를 만들고, 이 힘으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블레이드와 베인은 단순 금속 부품이 아니라 고온과 압력을 견디는 소재·코팅·주조 역량이 함께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전력 장비 수요는 이미 주요 제조사의 수주잔고에 반영되고 있다. GE 버노바(GE Vernova·$GEV)는 7월 22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가스 전력 장비 백로그와 슬롯 예약 계약이 100GW에서 116GW로 늘었다고 밝혔다.
GE 버노바의 데이터센터 관련 전기화 부문 주문은 올해 들어 50억 달러(약 6조8750억원)를 넘었다. 회사는 2026년 3분기 연간 20GW, 2028년 24GW, 2030년 30GW의 가스터빈 생산능력 달성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전력 장비 공급난은 데이터센터 개발 방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본지는 앞서 AI 데이터센터 확장의 병목이 전력망과 터빈 부족에서 인허가와 지역 정치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머스크의 전력 확보 행보는 인수 거래에서도 드러났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5월 14일 조기종료 공지에서 머스크가 CF APR 슈퍼홀딩스(CF APR Super Holdings LLC)로부터 뉴 APR 에너지(New APR Energy LLC)를 취득하는 거래를 승인 상태로 게시했다.
APR 에너지는 이동식 발전 설비를 다루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제로헤지는 이 인수가 데이터센터, 유틸리티, 산업 고객이 쓰는 이동식 가스터빈 발전 설비와 연결된다고 전했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한국 기업에도 간접 변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4월 보고서에서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5년 485TWh에서 2030년 950TWh로 거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IEA는 AI 전용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이 같은 기간 세 배로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시스코가 엔비디아 기반 AI 서버를 자사 AI 인프라 구성에 추가한 사례처럼 AI 인프라 경쟁은 반도체, 서버, 네트워크, 전력 설비를 한꺼번에 맞추는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다만 스페이스X의 배스트럽 주조 설비가 실제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는 공개적으로 확정되지 않았다. 채용 움직임과 머스크의 발언은 자체 주조 방향을 뒷받침하지만, 공장 인허가와 양산 일정은 별도 확인이 필요한 단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