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2023년 중반 이후 미국에서 줄어든 일자리보다 훨씬 많은 약 100만개의 새 일자리를 만든 것으로 추정됐다. 고용 증가는 엔지니어와 데이터 과학자, 데이터센터 기술직에 집중됐지만 고객지원과 행정 보조 직무는 감소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노동시장 자료와 기업 고용 동향을 분석해 AI가 지금까지 미국에서 약 1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기간 AI를 이유로 감축된 일자리는 약 20만개로 집계됐다. AI가 전체 고용을 일괄적으로 줄이기보다 새로운 직무를 만들고 기존 업무 구성을 바꾸는 방식으로 노동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은 9월 4일 발표한 8월 고용보고서에서 비농업 일자리가 16만2000개 증가했고 실업률은 4.1%로 유지됐다고 밝혔다. 정보산업 고용은 2만3000개 줄었지만 제조업과 건설업, 외식업, 지방정부 교육 부문에서는 고용이 늘었다.
AI 관련 고용 증가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엔지니어·소프트웨어 개발자·수학자·데이터 과학자 등 AI 시스템을 개발·운영하는 고숙련 직무가 2022년 이후 추세를 웃돌며 약 73만개 늘었다. AI 연산을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 건설과 유지보수 직무도 고용 확대에 기여했다.
데이터센터 건설 지출은 1년 사이 60%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기기사와 냉난방 기술자 수요가 커졌고, 인디드(Indeed) 자료에서는 데이터센터 설치·유지보수 직무의 임금이 유사 직무보다 약 40%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AI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전력·냉각·서버 시설을 포함한 물리적 인프라가 고용을 늘리고 있다는 의미다.
AI 직무가 미국 전체 전문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 번닝글래스연구소의 개드 레바논 수석 경제학자는 전문직 가운데 AI 직무로 분류할 수 있는 비중을 약 1%로 추정했다. 컴퓨터와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그 비중이 4~5%까지 높아졌다.
반대 흐름도 나타났다. 고객지원 직무는 2023년 1월 이후 약 10%, 행정 보조 직무는 약 15% 감소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AI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인력을 줄였고, 블록과 인튜이트는 자동화 도구로 일부 업무를 대체했다. 미국 기업들은 매달 평균 약 1만6000건의 AI 관련 감원을 발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청년층의 진입 여건도 변수로 꼽힌다. 20~24세 실업률과 전체 실업률의 격차는 수십 년 만에 가장 작은 수준에 가까워졌다. 전체 고용이 유지되는 가운데 초급 사무직과 반복 업무부터 채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AI 전환이 청년층의 초급 업무와 채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과도 맞닿아 있다.
노아 스미스(Noah Smith) 경제학자는 노동시장 통계에서 AI 때문에 사라진 직업을 명확히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의 수치는 AI가 일자리를 일괄적으로 없앴다는 결론보다 고용이 AI 개발·인프라 직무로 이동하고 일부 반복 업무가 축소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다만 약 100만개라는 수치는 이코노미스트의 추정치다. 미국 전체 고용 통계가 AI로 새로 생긴 일자리와 다른 요인으로 늘어난 일자리를 분리해 집계한 것은 아니어서, 신규 직무 증가와 기존 직무 감소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