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Research가 최근 수만 개의 이더리움(ETH)을 새로운 금고에 더하며, 기관 차원의 ETH 집중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상장되지 않은 기업임에도 보유 규모만 놓고 봤을 때 상당수 공개 ETH 보유 기업을 넘어선 수준으로 평가된다.

수요일에만 46,379 ETH(약 672억 원)를 매입한 Trend Research는 현재 총 58만 개에 이르는 이더리움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암호화폐 시세 제공 플랫폼 코인게코에 추적되는 상당수 공개 기업보다 많은 수치다. 코인게코 기준으로 더 많은 ETH를 보유한 기업은 SharpLink Gaming(약 86만 개)과 BitMine Immersion Technologies(약 406만 개) 두 곳뿐이다.

Trend Research는 상장사는 아니지만, LD 캐피털 창립자인 잭 이(Jack Yi)와 관련된 2차 투자 기관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온체인상에서 ETH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으며, Jack Yi는 목요일 X(구 트위터)에서 "10억 달러(약 1조 4,487억 원) 규모의 ETH를 추가로 매입할 준비 중"이라며 시장에 강한 신호를 전달했다. 그는 트레이더들에게 ‘공매도를 피하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이처럼 상장되지 않은 기관과 상장사가 함께 대량 ETH를 보유함에 따라, 이더리움 공급은 점점 더 적은 수의 기관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BitMine은 화요일 기준 ETH 보유량이 4백만 개를 넘어서며 전체 유통량 대비 약 3.3%를 점유하고 있다. 이 기업은 향후 전체 ETH 공급량의 5%를 확보하겠다는 중장기 목표까지 세운 상태다.

‘이더리움 인프라’를 노리는 보유 전략

BitMine은 ‘Made in America 검증자 네트워크’를 통해 스테이킹에 적극 나서고 있다. 보유 ETH를 단순히 현금성 자산처럼 들고 있기보다는, 네트워크 검증에 참여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지향하는 셈이다. Bitget Wallet의 리서치 애널리스트 라씨 장(Lacie Zhang)은 이를 두고 "하락장에서 매수해 보유하기만 하는 개인과 달리, 일부 기업들은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면서도 네트워크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전술적 행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노리는 ‘네트워크 지배력’이란, 지분증명(PoS) 기반인 이더리움 구조에서 스테이킹 물량이 많을수록 블록 검증 참여 비율이 높아지고, 운영과 거버넌스에도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동시에 예치 기간 동안 꾸준한 보상을 받을 수 있어 수익 창출 요소도 된다.

팔고 나가는 기업도 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ETH를 축적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재무 우선순위를 가진 기업들은 보유 물량을 매각하고 있다. ETHZilla는 최근 2만 4천여 개의 ETH를 매각해 약 7,450만 달러(약 1,078억 원)를 확보했으며, 이는 고금리 환경 속 시니어 전환사채 상환에 사용됐다. 현재 보유량은 약 6만 9,800개로 줄었다.

이와 유사하게 FG Nexus도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에 필요한 자금을 위해 ETH를 청산 중이다. Zhang은 이러한 매도 행위를 두고 "부채 상환이나 저평가된 주식 환매를 위한 재무 전략"이라며, "이에 따라 ETH 보유량이 보다 안정적인 기관으로 옮겨가는 구조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도 ‘ETH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기업과, 단기 현금 흐름에 중점을 두는 기업 간의 전략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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