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양자 암호 전환이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의 장기 보안 과제로 떠올랐다. 당장 양자컴퓨터가 기존 암호를 깨는 단계는 아니지만, 공개키와 서명 체계를 바꾸는 비용이 수수료와 저장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핵심 쟁점이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2024년 8월 13일 포스트양자 암호 표준 3종을 최종 승인했다. 표준은 키 교환용 ML-KEM, 격자 기반 디지털 서명 ML-DSA, 해시 기반 디지털 서명 SLH-DSA다.
포스트양자 암호는 양자컴퓨터 공격에도 견디도록 설계한 암호 기술을 뜻한다. NIST 표준 확정으로 일반 정보기술 분야의 전환 기준은 마련됐지만, 블록체인은 거래마다 서명 데이터를 싣기 때문에 전환 비용이 더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크립토브리핑(Crypto Briefing)은 샤를 기유메(Charles Guillemet) 레저(Ledger) 최고기술책임자의 해설을 바탕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ML-DSA보다 SLH-DSA를 검토할 수 있다는 시각을 전했다. 해시 기반 서명은 새 수학 가정보다 해시 함수 보안에 기대기 때문에 보수적인 블록체인 운영자에게 설명하기 쉽다는 취지다.
다만 이는 레저 측 해석이다. 이더리움 공식 문서와 커뮤니티 논의는 해시 기반과 격자 기반 후보를 함께 다루고 있어 업계 합의로 굳어진 사안은 아니다.
레저는 2026년 7월 공개 문서에서 SDK에 ML-KEM과 ML-DSA API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같은 문서는 ML-DSA를 기존 ECDSA를 대체할 수 있는 서명 방식으로 설명하면서도, 새 키와 서명이 기존보다 30~50배 커질 수 있다고 적었다.
이 차이는 블록체인에서 단순한 기술 사양에 그치지 않는다. 거래마다 서명이 포함되고, 서명 크기가 커지면 가스비와 수수료, 노드 저장공간, 네트워크 전파 비용이 함께 늘어날 수 있다.
이더리움 공식 문서는 표준 계정이 현재 secp256k1 곡선의 ECDSA로 거래에 서명한다고 설명한다. 양자내성 전환은 2029년 전후의 장기 로드맵으로 제시됐다.
이더리움의 전환 경로는 한 가지 표준으로 단번에 바꾸는 방식이 아니다. 합의층에서는 해시 기반 leanXMSS, 실행층에서는 계정 추상화를 통한 서명 민첩성이 논의되고, 데이터 가용성과 영지식증명 영역에서는 해시 기반과 격자 기반 후보가 함께 검토된다.
커뮤니티 논의도 갈라져 있다. 이더리움 매지션스에는 PQTS, ERC-8231, 프레임 트랜잭션 같은 제안이 올라와 있고, 일부 논의는 Falcon과 Dilithium 계열의 격자 기반 서명도 실용적 대안으로 다룬다.
이는 본지가 앞서 전한 이더리움의 해시 설계 재조정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핵심은 특정 기술의 즉시 채택보다 양자내성 전환에 맞춰 암호화 설계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는 과정에 가깝다.
비트코인은 더 보수적인 흐름을 보인다. 비트코인 개발자 문서는 공개키가 secp256k1 기반 ECDSA를 사용한다고 설명하고, BIP-361 초안은 기존 ECDSA와 슈노르 서명을 단계적으로 종료한 뒤 양자안전 주소로 옮기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BIP-361의 상태는 Draft다. 비트코인 코어의 양자내성 지갑 지원 연구 이슈도 not planned로 닫혔다.
이 차이는 기술보다 거버넌스에서 나온다. 이더리움은 로드맵과 연구팀, 계정 추상화 논의를 통해 선택지를 병렬로 다루지만, 비트코인은 지갑, 거래소, 채굴자, 노드 운영자 사이의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
국내 투자자에게 이 사안은 단기 가격 재료보다 보관 인프라와 네트워크 보안의 중장기 변수다. 현재 확인된 것은 NIST 표준이 마련됐고, 레저가 SDK 단계 구현에 들어갔으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서로 다른 속도로 전환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