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에이전트와 연구진이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에 쓰이는 타원곡선 암호 회로의 양자 공격 벤치마크를 두 달 만에 86.1% 낮췄다. 다만 실제 블록체인 공격이나 개인키 탈취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9일 공개한 논문에서 ECDSA.Fail 프로젝트의 최고 기록이 논리 큐비트 1151개와 평균 토폴리 게이트 129만9453개를 사용한다고 밝혔다. 두 수치를 곱한 Q×T 점수는 약 14억9600만으로 집계됐다.
ECDSA.Fail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사용하는 secp256k1 타원곡선 암호의 핵심 연산인 점 덧셈 회로를 대상으로 한다. Q×T는 회로에 필요한 논리 큐비트 수와 토폴리 게이트 수를 곱한 값으로, 점수가 낮을수록 같은 연산을 더 적은 계산 자원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
프로젝트의 초기 점수는 107억5887만4395였다. 연구자와 AI 코딩 에이전트 100여 명이 공개 검증기와 리더보드를 활용해 회로를 반복 개선하면서 7월 26일 기준 점수를 약 14억9600만까지 낮췄고, 연구진은 이를 86.1% 감소로 계산했다.
이번 수치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전체를 공격하는 데 필요한 자원이 아니다. 최적화 대상은 특정 점 덧셈 연산이며, 완전한 양자 공격에는 추가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대규모 오류보정 양자컴퓨터가 필요하다.
아이겐랩스(Eigen Labs)의 프로젝트 설명도 현재 어떤 양자컴퓨터도 해당 회로를 실행할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기록은 실제 공격 능력보다 공격 계산 비용을 추정하는 회로 연구의 진전을 보여주는 결과에 가깝다.
구글 퀀텀 AI의 연구와 단순 비교하기도 어렵다. ECDSA.Fail 논문은 자체 점수가 구글이 공개한 기준보다 50% 이상 낮다고 설명했지만, 두 연구는 회로 인터페이스와 자원 산정 방식이 달라 공식적인 우열 비교는 어렵다고 명시했다.
이번 연구에서 AI 에이전트가 맡은 역할은 회로 후보를 반복적으로 설계하고 검증하는 작업이다. 개방형 검증기와 리더보드를 결합하면 사람이 직접 설계하는 방식보다 더 많은 후보를 빠르게 시험할 수 있지만, 벤치마크 개선이 실제 양자 하드웨어 구현으로 이어지는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양자 공격은 공개키에서 개인키를 계산해 전자서명을 위조할 가능성과 연결된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쇼어 알고리즘에 활용되는 단일 회로 절차의 효율을 다룬 것으로, 비트코인 지갑이나 이더리움 계정의 자산이 현재 탈취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더리움 재단 프로토콜 클러스터는 9월 7일 이더리움 레이어1의 실행·합의·데이터 계층을 2029년 12월까지 양자내성 구조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재단은 이 목표를 2027년 1월까지 재평가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이더리움의 양자내성 전환은 서명 체계만 바꾸는 작업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 주소와 거래 방식, 지갑·거래소·수탁 인프라의 호환성을 함께 조정해야 할 수 있어 네트워크 참여자 간 전환 절차가 핵심 과제가 된다.
비트코인에서도 대응 실험이 진행됐다. 스타크웨어는 8월 26일 합의 규칙을 바꾸지 않고 양자내성 거래를 비트코인 메인넷에서 채굴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스타크웨어는 해당 방식이 비트코인 전체를 양자내성으로 바꾸는 것은 아니며, 특정 출력 방식에 적용되는 실험적 구성이라고 설명했다. 실험 사례와 네트워크 전체의 서명 체계 전환은 구분해야 한다.
비트코인의 양자 공격 자원 추정치가 86.1% 낮아진 앞선 보도에서도 핵심 과제는 실제 해킹보다 후양자 전환 과정의 호환성과 참여자 조정으로 제시됐다. 이번 연구는 같은 논의를 회로 최적화와 계산 자원 측면에서 확장한 결과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현재 양자컴퓨터가 암호체계를 위협할 만큼 크고 안정적이지 않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암호체계를 양자내성 방식으로 바꾸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어 전환 준비를 미리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암호체계가 현재 깨졌다는 신호가 아니다. 앞으로는 회로 벤치마크의 추가 개선이 오류보정 양자컴퓨터 설계와 얼마나 빠르게 연결되는지, 각 네트워크가 제시한 전환 일정이 실제 구현으로 이어지는지가 확인 대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