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의 secp256k1 타원곡선 연산을 겨냥한 양자 공격 자원 추정치가 86.1% 낮아졌다. 실제 지갑 해킹이나 자금 탈취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비트코인의 후양자 전환 논의를 앞당길 수 있는 기술적 변화다.
크립토폴리탄은 11일 100명 넘는 연구자들이 인공지능(AI) 코딩 에이전트를 활용해 쇼어 알고리즘의 일부인 secp256k1 점 덧셈 하위 절차를 최적화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필요한 자원 추정치는 107억5000만에서 14억9600만으로 줄었다.
이번 연구가 다룬 범위는 전체 양자 공격이 아니라 쇼어 알고리즘의 단일 단계다. 연구 결과만으로 현재 양자컴퓨터가 비트코인 개인키를 계산하거나 거래를 탈취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완전한 공격에는 오류를 보정할 수 있는 대규모 양자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현재 연구는 공격에 필요한 계산 절차 일부의 효율이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준 수준이다.
다만 공격 시나리오에 필요한 계산량이 줄면 네트워크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도 짧아질 수 있다. 앞서 본지가 보도한 비트코인 양자공격 회로 자원 추정 역시 회로 인터페이스와 게이트 계산 방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secp256k1은 비트코인 거래 서명에 사용되는 타원곡선이다. 이용자는 개인키로 거래에 서명하고 네트워크는 공개키를 바탕으로 서명을 검증하는데, 충분한 성능의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면 공개키에서 개인키를 역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글래스노드는 2026년 5월 20일 보고서에서 공개키가 온체인에 노출된 비트코인을 604만개로 집계했다. 이는 발행량의 30.2%에 해당하며, 공개키가 드러난 지갑은 향후 충분한 성능의 양자컴퓨터가 등장할 경우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
공개키 노출 물량은 즉시 탈취 가능한 자산을 뜻하지 않는다. 현재 양자컴퓨터가 해당 자산을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도 아니며, 후양자 전환의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위험 범위에 가깝다.
후양자 전환은 기존 서명 체계를 양자컴퓨터의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방식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기존 주소와 거래 방식을 변경하고 이용자가 자산을 새 형식으로 옮겨야 할 수 있어 기술 변경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전환 과정에는 비트코인 개발자와 채굴자, 거래소, 지갑 사업자, 수탁사, 이용자의 참여가 필요하다. 일부 주체만 새 서명 체계를 도입하면 거래 호환성과 자산 이동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사토시 나카모토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초기 주소의 휴면 물량 약 170만 BTC는 별도 쟁점이다. 해당 물량의 개인키가 사라졌는지, 양자 공격에 대비해 사용 제한을 둘지는 네트워크 합의와 연결된다.
초기 주소 물량처럼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은 자산은 후양자 전환 과정에서 처리 기준을 두고 논쟁이 생길 수 있다. 자산을 그대로 둘지, 이동을 제한할지, 별도 보호 조치를 적용할지는 기술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다.
비트코인의 양자 대응은 개별 지갑의 보안 설정을 바꾸는 문제와도 맞물린다. 거래소와 수탁사가 새로운 서명 방식을 지원하더라도 이용자가 자산을 옮기지 않으면 기존 공개키 노출 위험은 남는다.
본지가 앞서 보도한 비트코인·이더리움 전환 논의에서도 핵심은 가격 전망보다 거래소·수탁사·지갑 사업자의 보관 구조와 전환 부담으로 제시됐다. 양자 공격이 현실화된 뒤 대응하는 방식보다 사전에 이동 절차와 호환성을 마련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취지다.
이번 연구는 비트코인 암호체계가 현재 깨졌다는 신호가 아니다. 다만 AI를 활용한 암호 연산 최적화가 공격 자원 추정치를 낮출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면서, 후양자 전환을 둘러싼 기술 검토와 네트워크 합의가 함께 진행돼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