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주에 등록된 범죄 조직이 운영하는 신비 개런티(Xinbi Guarantee)가 84억 달러(약 11조 9,280억 원) 규모의 불법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블록체인 분석 업체 엘립틱(Elliptic)의 보고서에 따르면, 신비 개런티는 2022년부터 텔레그램을 기반으로 한 거대 암호화폐 블랙마켓을 운영해왔다. 이 플랫폼은 중국어권 고객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콜로라도주 법인 등록을 내세워 합법성을 과시했다.
신비 개런티는 주로 테더(USDT)를 이용해 거래를 진행했으며, 2024년 4분기에만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이 플랫폼을 통해 이동했다. 특히 인도 암호화폐 거래소 와지릭스(WazirX)에서 발생한 2억 3,500만 달러 규모의 해킹 사건과 관련해 북한 해커들의 자금 세탁을 도운 정황도 포착됐다.
최근 플랫폼 이용자 수는 급격히 증가해 2024년 8월 11만 9천 명에서 현재 23만 3천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들은 암호화폐 거래뿐 아니라 위조 신분증, 도용된 개인정보, 위조 문서 등을 거래했다. 더 심각한 것은 성매매, 괴롭힘 대행, 난자 기증과 대리모 알선 등 인신매매 성격의 불법 행위까지 이뤄진 점이다.
신비 개런티는 2022년 콜로라도주 오로라시에 정식 등록됐으나, 2025년 초 필수 보고서 미제출로 '범죄' 상태로 전환됐다. 이는 미국의 기업 등록 시스템이 국제 범죄 조직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엘립틱의 보고서가 공개된 후 텔레그램은 신비 개런티 관련 채널들을 신속히 폐쇄했다. 후이원 개런티(Huione Guarantee) 등 유사 불법 플랫폼 채널도 함께 차단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조치가 긍정적이지만 더 강력한 국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