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적의 남성이 ‘IntelBroker’라는 가명을 사용해 사이버 범죄 포럼에서 활동하며 2,500만 달러(약 347억 5,000만 원) 이상의 피해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 뉴욕 남부지방검찰청은 해당 남성인 카이 웨스트(Kai West)를 기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웨스트는 온라인 블랙마켓에서 탈취한 데이터를 사고팔며 다수의 기업과 기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기소장에 따르면, 웨스트는 ‘CyberN***ers’로 알려진 해킹 그룹과 공모하여, 통신사, 헬스케어 제공업체, 인터넷 서비스 기업 등 40개 이상의 기관의 데이터를 탈취했다.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이자 이번 사건에 직접 관여한 제이 클레이턴(Jay Clayton)은 “이번 조치는 사이버 범죄자에 대한 FBI의 단호한 대응을 보여준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웨스트는 2023년 1월부터 2025년 2월까지 활동을 이어왔으며, 총 158개의 데이터 판매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미국 기업의 정보를 대상으로 한 글은 최소 41건에 달했고, 16개의 글엔 총 246만 7,000달러(약 343억 원) 이상에 달하는 가격이 명시돼 있었다. 해당 암시장에서는 비트코인(BTC)과 모네로(XMR) 등 프라이버시 코인을 통한 결제가 일반적이었다.
이 사건의 수사는 한 명의 잠입 요원이 웨스트에게 접근하면서 본격화됐다. 수사관은 피해자의 정보를 250달러(약 34만 8,000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주고 구매했고, 이후 웨스트는 관리자 권한의 사용자 이름과 비밀번호 등 민감한 데이터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웨스트의 지갑 주소가 추적돼 신원이 특정됐다.
웨스트는 올해 2월 프랑스에서 체포됐으며, 미국은 현재 그의 송환을 추진 중이다. 미 연방수사국(FBI) 뉴욕지부의 크리스토퍼 라이아(Christopher Raia) 부국장은 “그는 데이터 해킹 및 유출을 반복한 ‘상습 해커’로 수백만 달러의 불법 수익을 챙겼다”고 비판했다.
IntelBroker는 사이버 범죄 포럼 ‘브리치포럼(BreachForums)’에서 두각을 드러냈으며, 2024년 8월부터 해당 포럼의 운영자로까지 알려졌다. 이 사건은 암호화폐와 개인정보 유출이 결합된 복합적인 사이버 범죄 유형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글로벌 수사기관의 공조 필요성을 재조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