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글로벌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위상을 회복할 전략적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디지털 자산 전문은행 시그넘은 최신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성장을 촉진하고 관련 입법을 통해 이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시그넘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그리고 암호화폐 및 인공지능 분야 정책 총괄인 데이비드 삭스를 포함한 핵심 인사들이 'GENIUS 법안'의 신속한 통과를 지지하고 있다. 이 법안은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와 운영 기준을 정립하는 프레임워크로, 지난 6월 17일 상원을 통과한 뒤 현재 하원에서 심의 중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에서는 미국 주도의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대한 경계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이 유로존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으며, 그 파급력이 관세보다도 심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달러와 무관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유동성은 아직 한계적이나 성장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시그넘은 이를 염두에 두고 파이어블록스와 협력해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실시간 결제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다. 한편, 아부다비에서는 3개 대형 기관이 손잡고 디르함 연동 스테이블코인을 준비 중으로, 현재 UAE 금융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와 동시에 신흥국의 미국 달러 수요도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급격한 통화 가치 하락에 직면한 이들 국가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구매력 유지를 모색하고 있다고 시그넘 측은 설명했다. 시그넘의 리서치 총괄 카탈린 티슈하우저는 “블록체인 기반 경제가 충분히 확장된다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미국의 통화 패권을 강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소매 부문에서의 급격한 사용 증가가 없다면 그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그넘은 비(非)달러 중심의 다극적 금융 질서를 지지하는 브릭스(BRICS) 블록의 대응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브릭스는 달러 편중 구조를 탈피해, 다양한 법정통화를 활용한 글로벌 결제체계를 추진 중이다. 이는 향후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주도권 양상에도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