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서클·비트고, 美 은행 도전장…암호화폐의 금융 본진 침투

암호화폐 기업들이 미국 금융 업계로 본격 진출하고 있다. 리플, 서클, 비트고 같은 주요 암호화폐 업체들이 미국 은행 인가를 신청하고 나선 것.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리플랩스와 서클, 비트고는 최근 미국 통화감독청(OCC)에 내셔널 트러스트 뱅크 인가를 신청했다. 이 인가를 얻으면 대출이나 예금은 불가능하지만, 자산 보관과 결제 처리 등 한정된 은행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는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면서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신뢰 확보를 위한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리플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마스터 계좌 개설도 따로 신청한 상태다. 준비금 관리를 직접 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기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서클은 디지털 자산을 기존 금융 시스템에 통합하려면 은행 인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도 다음 달 체크카드와 신용카드 출시 계획을 내놨다. 아르준 세티 크라켄 CEO는 "암호화폐와 금융의 만남은 이제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한때 규제를 거부하던 암호화폐 기업들의 이 같은 변화는 현 트럼프 정부의 친 암호화폐 정책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맥스 보니치 데이비스 라이트 트레인 파트너 변호사는 "예전엔 규제를 피하려 했던 기업들이 이제는 '우릴 규제해 달라'고 한다"며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략 변화는 로빈후드 같은 업체에서도 나타난다. 주식과 암호화폐 거래로 유명한 로빈후드는 거래 수익 절반 이상을 암호화폐에서 얻고 있으며, 오는 가을 일부 은행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블라드 테네프 로빈후드 CEO는 "세금이나 상속 설계, 자금 이동까지 우리가 도울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 의회가 암호화폐 관련 법안 표결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나왔다. 연방 하원은 이번 주를 '크립토 위크'로 지정하고, 디지털 자산 규제 명확화 법안,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발행 금지 법안,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법안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아담 체르니차우 필스버리 파트너 변호사는 "미국 금융 시장이 본격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받아들이기 위한 준비가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FT는 "암호화폐 기업들이 단순 거래를 넘어 금융 영역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 덕분"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