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XRP)이 미국 백악관이 발표한 166쪽 분량의 디지털 자산 정책 보고서에서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XRP가 시가총액 기준 세계 3위 암호화폐로 평가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논의의 장에서 철저히 배제됐다는 점에서 투자자들 사이에 적잖은 의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백악관은 2025년 7월 30일, 암호화폐와 관련한 종합 정책 보고서를 발간하며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체인링크(LINK), 유니스왑을 포함한 주요 프로젝트들을 명시하고, 거래 규제, 스테이블코인 규정, 디지털 자산의 토큰화 전략 등 세부 항목을 다뤘다. 비트코인은 무려 129차례 언급됐으며,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도 36차례 등장하는 등 상징적 위상 역시 강조됐다.
특히 체인링크는 페이지 16에서 ‘크로스체인 상호운용성 프로토콜(CCIP)’ 기술로 중요 기술 사례로 직접 언급되며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반면 XRP는 중심 소재는커녕 암시조차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XRP와 관련 깊은 리플사(Ripple)는 보고서 내 두 차례 언급됐다. 첫 번째 언급은 암호화폐 산업 연대표 인포그래픽 부분으로, 2013년 당시 주요 암호화폐 기업으로서 코인베이스, 크라켄 등과 나란히 소개됐다. 두 번째는 각주에서 CNBC 보도를 인용한 자료로,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최고경영자의 발언을 인용하는 형태였다.
이번 XRP 생략이 단순한 편집상의 누락이 아닌, 당국의 정책적 고려에 따른 의도적 배제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XRP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지속적인 법적 충돌을 겪어온 대표 사례로, 행정부 내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자산으로 분류됐을 가능성이 높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친암호화폐 행보를 강화하면서, 규제 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캠프는 비트코인 채굴 및 암호자산 기업에 호의적인 입장을 밝히며 업계와의 우호적 관계 유지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리플과 XRP는 백악관 보고서에서 그 존재감조차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정책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다. 이는 향후 제도권 진입을 위한 XRP의 전략 수정이나 로비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XRP의 배제가 단지 단기 이벤트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보스턴 기반 암호화폐 로펌의 한 파트너 변호사는 “XRP에 대한 공신력 있는 보고서 내 제외는 규제 정책 우선순위나 정부 입장 변화를 유의미하게 암시한다”며, “그 영향은 투자자 심리와 유동성, 향후 제도권 내 적격 자산 여부에도 장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