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비트코인 ETF가 비트코인(BTC) 보유 규모에서 가장 큰 단일 투자 주체로 등극했다. 코인베이스, 바이낸스를 비롯한 주요 거래소는 물론, 수년간 기업 보유량 1위를 지켜오던 전략적 투자사 ‘스트래티지’를 모두 제친 것이다.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올해 1월 출시된 블랙록의 iShares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는 최근 78만 1,000개의 비트코인을 축적하며 BTC 보유 규모 2위에 올라섰다. 이는 당시 BTC 가격 약 11만 3,000달러(약 1억 5,707만 원)를 기준으로 약 88억 달러(약 12조 2,320억 원) 규모에 달한다. 현재까지 알려진 보유 규모로는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의 지갑 외에 가장 많다.
IBIT는 지난 5월 코인베이스의 비트코인 보유량을 첫 추월한 이후, 8월 들어 바이낸스까지 능가하며 독보적인 1위 ETF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코인베이스는 70만 3,000 BTC(약 11조 659억 원), 바이낸스는 55만 8,000 BTC(약 8조 8,368억 원)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오랜 기간 비트코인을 축적해온 스트래티지의 보유량은 최근 62만 9,376 BTC(약 9조 9,224억 원)로 IBIT에 미치지 못한다.
IBIT의 가파른 축적 속도는 업계에 기관 투자 수요가 본격적으로 몰려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받는다. 실제로 스트래티지는 5년간 축적해온 BTC를 블랙록은 단 1년 반 만에 넘어섰다. 블랙록이 과거 월스트리트 중심의 ETF 시장에서 쌓아온 신뢰와 유동성 운용 역량이 기관 투자자를 끌어들인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흐름은 전통적 거래소 중심의 시장 구조에도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ETF로 유입된 비트코인은 실제 거래에 활용되지 않고 장기 보유로 빠져나가는 경향이 높아서, 시장의 유통 물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비트코인의 고착성 높은 매수 압력 형성과 장기적인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ETF 중심의 보유 집중이 비트코인이 원래 지향했던 ‘탈중앙화’라는 철학과 어긋난다고 우려한다. 중앙화된 대형 금융기관이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하는 현상은, 네트워크 안정성과 자산 통제 구조에 있어 복잡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향후 이같은 변화가 비트코인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