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 개인 투자자 '최애' vs 기관 외면…갈등 속 10억 달러 시장 진입

리플(XRP)이 다시 한 번 암호화폐 커뮤니티의 중심에 섰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지지를 받는 반면, 기관 투자자들과 일부 업계 전문가들은 XRP를 외면하고 있는 분위기다. 토큰 구조와 거버넌스 방식에 대한 엇갈린 평가가 이 같은 인식의 격차를 만들어내고 있다.

X 플랫폼(구 트위터)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미국 변호사 존 디튼(John Deaton)은 “XRP는 기관 투자자에게 가장 혐오받고, 개인 투자자에게는 가장 사랑받는 암호화폐”라고 발언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는 ETF 분석가 네이트 게라시(Nate Geraci)의 지적에 이은 것으로, 그는 XRP의 시가총액이 약 1,800억 달러(약 250조 2,000억 원)에 달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을 초과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암호화폐 업계에서 가장 평가절하된 코인이라고 꼬집었다.

비판의 핵심은 여전히 토큰의 구조적 문제에 있다. XRP는 채굴이 아닌 선발행 구조로 설계된 데다, 네트워크 운영 정책 변경에는 80% 이상의 검증자 동의가 필요하다. 일부는 이를 두고 "권한이 소수에게 집중된 네트워크"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리플사의 마케팅과 파트너십 전략이 실제 채택 사례를 과장하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반면, XRP 지지자들은 이러한 부정적 인식이 비트코인(BTC) 및 이더리움(ETH) 지지자들의 진영논리와 미국 규제 기관의 적대적 태도에 기인한다고 반박한다. 특히 유저 ‘Kitty Leroux’는 XRP에 대한 혐오는 과거부터 이어진 감정적 선입견의 결과라고 주장했으며, ‘Scotty Inkley’는 XRP가 기술적 우위를 통해 수년간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논란 속에서도 XRP가 기관 시장에서도 일부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리플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선물 상품에서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 이상의 미결제약정을 기록하며 BTC, ETH, 솔라나(SOL)와 함께 ‘10억 달러 클럽’에 진입했다. 이는 기관 유동성 유입 신호로 해석된다.

또한 XRP 보유자를 위한 수익창출 플랫폼도 확대되고 있다. 탈중앙화 금융(DeFi) 프로젝트 플레어(Flare)가 이끄는 ‘XRP Earn Account’를 통해, 사용자들은 복잡한 전략 없이도 주간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가격 측면에서는 XRP의 흐름이 다소 엇갈린다. 현재 가격은 3.02달러(약 4,200원)로 주간 기준 4.2% 상승했으나 2주간 7%, 한 달 기준으로는 약 8% 하락했다. 이는 지난 7월 중순 기록한 사상 최고가인 3.65달러(약 5,070원)보다 17% 낮은 수준이다. 분석가들은 고래의 거래소 입금이 증가하며 2.95달러(약 4,100원)를 중요 지지선으로 지목한다. 이 수준을 유지한다면 4.20~4.50달러(약 5,840만~6,260만 원) 구간 돌파가 가능하지만, 붕괴될 경우 2.80~2.40달러(약 3,900만~3,330만 원)로 급락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XRP는 현재 개인 대 기관, 기술 대 감정, 구조 대 이상이라는 복합적인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 이 갈등이 향후 XRP의 가격과 입지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