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의 XRP 상장지수펀드(ETF)가 출범 초기부터 시장의 강도 높은 시험대에 올랐다. 거래 첫 주, REX 오스프리 XRP ETF는 장 초반 25.17달러(약 3만 4,971원)로 출발했지만 곧 23.57달러(약 3만 2,749원)까지 급락하며 6% 하락한 23.62달러(약 3만 2,818원) 부근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는 출시 이후 최저 수준으로, 초기 피크 이후 빠르게 식은 투자 열기를 반영한다.
ETF의 거래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당일 거래량은 13만 1,000주에 그쳐 하루 평균 거래량인 100만 주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유동성이 급격히 말라붙으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 하락이 단기 조정인지 혹은 장기적인 약세장 진입의 신호탄인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올해 9월 19일 기준 이 펀드는 여전히 1,048만 달러(약 145억 6,720만 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 중이며, 42만 5,000주의 발행주식도 유지하고 있다. 순자산가치(NAV)는 24.75달러(약 3만 4,402원)로, 시장가격 대비 -0.31%의 할인율을 기록했다. 이는 ETF의 가격이 NAV와 완전히 괴리되지는 않았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상승세 없이 이뤄진 급격한 가격 조정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이슈가 아니다.
XRP 현물시장 또한 하락세를 보이며 ETF 변동성에 힘을 더했다. 주요 거래소인 비트스탬프(Bitstamp)에서 XRP는 2.70달러(약 3,753원)까지 급락한 후 2.85달러(약 3,967원)대로 반등했다. 단 몇 시간 만에 6% 가까운 가격 변동이 발생하며 ETF와 거의 동일한 움직임을 보였다. 기술적 분석 상으로는 2.90달러(약 4,031원)와 2.99달러(약 4,151원) 부근에서 강한 저항에 직면한 상태로, 해당 가격대를 돌파하지 못하면 상승 전환은 어렵다는 평가다.
이번 ETF는 첫 주 거래 흐름만 놓고 보면 투기 자금 유입에 의한 일시적 반등 가능성이 짙다. 정통 기관투자자보다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 중심의 자금이 유입됐고, 매수세가 약해지자 형식적인 가격 붕괴가 시작됐다.
일부는 지금이 절호의 저가매수 기회라고 보지만, 다른 투자자들에게는 유동성이 불안정한 ETF와 하락 중인 기초자산이 결합된 ‘함정’ 구간으로 해석되고 있다. 새롭게 출시된 ETF가 본격적인 시장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변동성 안정화와 현물시장과의 동조화, 그리고 보다 넓은 투자자 기반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