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화폐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자산 이동과 외부 경제지표 영향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가상화폐 시황에 따르면, 9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코인베이스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1개당 10만9천71달러로 하루 전보다 약 3.7% 하락했다. 장중에는 10만8천600달러까지 떨어지며 지난 6일 이후 처음으로 11만 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이는 9월 19일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를 발표한 이후 잠시 11만8천 달러선에 근접했던 상승세와 대조적이다.
주요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대안 가상화폐)들도 큰 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시가총액 2위 이더리움은 3천868달러로 하루 동안 7% 이상 떨어졌고, 리플(XRP)은 2.74달러로 하락하며 3달러선을 밑돌았다. 솔라나와 도지코인도 각각 192.44달러, 0.22달러까지 하락해, 하루 동안 각각 8.8%와 8% 가까이 빠졌다.
이처럼 가상화폐 시장이 흔들리는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우선 투자자들의 자금이 최근 주식시장과 금(金)시장으로 이동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뉴욕 증시는 물론, 한국의 코스피와 일본의 닛케이지수 등 세계 주요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상대적으로 시장 불확실성이 높은 가상화폐 시장에서 자산을 빼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동시에 금 가격도 꾸준히 상승세를 이어가며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날 가상화폐 파생상품 시장에서 10억 달러 규모의 강제 청산이 발생하면서 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강제 청산은 투자자가 빌린 자산을 감당하지 못할 때 거래소가 자동으로 해당 포지션을 정리하는 것으로, 시장에 물량이 급격히 쏟아져 나오면서 가격 하락 폭을 더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실물 경제 지표도 가상화폐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주간 실업수당 신규 청구 건수는 21만8천 건으로 예상(23만5천 건)을 크게 하회했다. 이는 고용시장이 여전히 탄탄하다는 의미로, 시장에서는 당분간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 여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기대 감소는 고위험 자산인 가상화폐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가상화폐 가격이 단기 회복보다는 일정 기간 조정 국면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실물경제 지표에 민감한 가상화폐 특성상, 향후 주요국 통화정책 및 자산 흐름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 변화가 당분간 시장 방향을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