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주가가 3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과의 합병 추진과 더불어 향후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의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30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두나무 주가는 전날 장중 한때 40만5천 원까지 오르며 지난 2022년 4월 이후 최고의 수치를 보였다. 이는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 간의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한 합병 가능성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지 며칠 만에 벌어진 일이다. 특히 지난 25일까지만 해도 주가는 30만 원 초반대까지 하락했으나, 이튿날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며 매수세가 몰려들었다. 거래량도 평소 대비 10배 이상 증가해 시장의 관심을 반영했다.
양사의 합병 부각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이번에 논의 중인 합병 법인이 단독으로 미국 증시에 진출할 경우, 글로벌 프리미엄을 인정받아 현재의 기업가치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재평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두나무는 현재 세계 4위 규모인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고, 네이버파이낸셜은 국내 1위 핀테크 플랫폼인 네이버페이를 운영하는 만큼, 이들의 결합이 갖는 시너지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에서는 네이버가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가치가 고정된 가상자산)을 발행하고, 이를 자사의 결제 서비스 네이버페이뿐 아니라 두나무의 블록체인 인프라 ‘기와’와 연동하는 방식의 신사업 모델이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이처럼 기술과 결제가 융합되는 구조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같은 시너지가 구현될 경우 합병 법인의 시가총액이 최소 50조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증권가 보고서를 통해 언급되고 있다.
다만 두나무 주가의 급등이 네이버파이낸셜과의 주식 교환 비율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현재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가치 비율을 약 4대1로 추정하고 있는데, 이 비율대로 합병이 진행될 경우 송치형 두나무 회장은 합병 법인에서 약 20.4%의 지분을 확보하며 최대 주주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가 상승이 이 같은 구조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있으며, 송 회장의 지분율이 더 올라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송 회장이 장기적으로 네이버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오지만, 업계는 네이버의 기존 구조를 고려할 때 이는 현실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향후 두 회사는 10월 하순 이사회를 열어 주식 교환 비율 등을 포함한 합병 조건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합병이 예정대로 진행되고 미국 증시 상장이 실현될 경우, 국내 핀테크-가상자산 업계의 위상 변화는 물론, 한국발 테크 기업의 글로벌 진출 모델로서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