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최근 겪은 약 529조 원 규모의 폭락은 단기적 충격을 넘어 향후 강세장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조사기업 10x리서치는 이 급락이 오히려 차기 랠리를 위한 ‘가장 깔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조정은 190억 달러(약 26조 4,100억 원) 상당의 암호화폐가 청산된 역대 가장 격렬한 매도세로 기록됐다. 가격 하락의 기폭제는 미중 간 무역 긴장 고조였다. 미국 정부가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를 ‘인질 외교’로 규정한 데 이어, 중국산 상품에 대해 최대 100%의 관세를 발표하면서 불안은 순식간에 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
알트코인 전반이 반토막 나는 가운데, 특히 XRP는 하루 사이 무려 55% 폭락,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점까지 밀렸다가 회복세를 보였다. 비트코인(BTC)의 시장 점유율은 해당 사태 직후 일시적으로 63.48%까지 뛰었으나 현재는 60.28%로 소폭 하락한 상태다.
흥미로운 점은 이번 급락이 단순한 패닉이 아니라 과잉 레버리지의 정리 과정이라는 평가다. 10x리서치는 “전체적으로 펀딩비가 강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투자자들이 추가 하방을 우려하기보다 방어적으로 포지션을 정리했음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거품을 제거한 시장’은 중장기적으로 강한 반등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극적인 하락 뒤에는 기회를 찾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암호화폐 데이터 플랫폼 룩온체인(Lookonchain)은 최근 장기 보유 중이던 비트코인 거물급 투자자가 깨어나 33.5만 달러(약 46억 5,700만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바이낸스에 이체했다고 밝혔다. 아직 매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단기적인 매도 압력이 더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편, 비트코인은 현재 11만 2,000달러(약 1억 5,568만 원) 이하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추가 조정 가능성과 반등 가능성을 놓고 시장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이번 급락은 하락장에 대한 공포를 다시 상기시켰지만, 동시에 불확실성이 걷힌 정제된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0x리서치의 분석대로라면, 흔들림 뒤엔 더 큰 랠리가 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