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신규 상장 신청된 리플(XRP) 상장지수펀드(ETF)가 업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번 ETF는 기존 단순 추종 상품이 아닌, 최대 5배 레버리지를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고위험 투기성 상품이다. 특히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과도한 레버리지로 인해 기록적인 규모의 청산 사태를 겪었던 만큼, 이번 ETF 출시 시도가 시기적으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논란이 된 ETF는 미국 자산 운용사 볼래틸리티 셰어스(Volatility Shares)가 SEC에 제출한 것으로,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그리고 리플(XRP) 등 주요 암호화폐를 포함한 5배 레버리지 상품의 승인을 신청했다. 이 가운데 XRP ETF는 특히 눈길을 끌었는데, 레버리지를 통해 변동성이 큰 알트코인 가격에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이와 같은 상품에는 상당한 위험이 따른다. 암호화폐 트레이딩 전문가이자 유튜브 채널 'The Wolf Of All Streets'로 잘 알려진 스콧 멜커(Scott Melker)는 이번 ETF 신청에 대해 "소매 투자자에게 알트코인에 레버리지를 허용한다는 것은 정말 멍청한 아이디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특정 자산의 위험도보다 레버리지 구조 자체가 투자자들에게 불필요한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우려는 지난주 현실이 되기도 했다. 레버리지를 과도하게 활용한 투자자들이 대규모 청산에 직면하면서 하루 만에 19억 달러(약 2조 6,410억 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고, 160만 명 이상의 트레이더가 피해를 입었다. 이 사건은 암호화폐 사상 최대 규모의 청산 사태로 기록됐다.
그런 상황에서 레버리지 중심의 ETF가 다시 제안된 점은 업계 내 많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무책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멜커는 XRP 등을 특정해 언급하며, 해당 상품들이 자산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반에 위험한 투기 심리를 조정하지 못하는 구조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SEC는 아직 해당 ETF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으며, 앞서 제출된 다수의 3배 레버리지 ETF조차 승인이 나지 않아 이번 5배 레버리지 ETF의 실제 승인 가능성은 불확실하다.
이번 논란은 XRP ETF뿐만 아니라, 미국 암호화폐 시장 전반이 당면한 레버리지 관리 문제를 다시금 조명한 계기가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국과의 무역 마찰을 거론하며 시장 불안을 자극한 시점과 맞물리면서, SEC의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