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국내 최대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에서 발생한 445억 원 규모의 해킹 사고를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했다. 해당 사건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큰 규모의 가상자산 탈취 사례로, 사이버 보안에 대한 국민적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사이버테러수사대가 진행하던 입건 전 조사를 최근 정식 수사로 전환했다고 12월 5일 밝혔다. 이 조치는 지난 11월 27일 해킹 사고 발생이 언론을 통해 처음 알려진 이후, 경찰이 관련 기업 두나무의 본사를 대상으로 현장 조사에 나서는 등 사실상 수사에 착수해온 흐름의 연장이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측은 해킹 발생 직후 보안 점검에 나서는 한편, 경찰 및 관계 기관과 협조해 정황 파악에 힘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범인으로는 북한의 정찰총국 산하 해킹조직 라자루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정보기술 업계 및 정부 관련 소식통에 따르면 라자루스는 과거에도 국내외에서 대형 해킹 사건에 연루된 바 있으며, 수법과 시점 등 여러 정황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이번 범행과의 연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경찰은 수사 초기 단계임을 강조하며, 아직 피의자를 특정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은 이미 지난 2019년 업비트에서 발생한 또 다른 해킹 사건에 대해 라자루스를 비롯한 북한 해커 조직들의 개입 정황을 밝혀낸 경험이 있다. 당시에도 580억 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탈취됐으며, 약 5년에 걸친 장기 수사를 통해 ‘라자루스’와 함께 ‘안다리엘’이라는 또 다른 조직이 범행에 가담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같은 조직이 반복적으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를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사이버보안 체계에 구조적인 취약점이 존재함을 시사한다.

이번 해킹 사건은 단순한 펀드 손실을 넘어, 북한의 외화 확보 전략 및 사이버전 부문의 활동과 직결된 사안으로 평가된다.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상 추적이 어렵고 국제 송금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금융제재를 피하려는 북한의 주요 수단으로 활용되어왔다는 분석도 있다.

이 같은 사이버 공격 흐름은 앞으로 더욱 지능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정부와 관련 업계는 보안 기술 강화와 정보 공유 체계 정비 등 다각도의 대응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최근 디지털 자산 거래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해킹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과 투명한 사고 대응 절차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