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올해 들어 암호화폐 관련 소송 수십 건을 종결하거나 중단하면서, 현직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재임과 암호화폐 업계 간의 관계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소송 중단된 사건들 가운데 일부는 대통령과 친분 관계가 있는 인사들과 연루돼 있어, 정치적 영향력 행사 여부를 둘러싼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SEC는 2025년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진행 중이던 암호화폐 관련 소송 23건 중 14건을 취하하거나 합의, 또는 양보하는 방식으로 종료했다. 특히 자진 취하된 7건 중 5건이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들과 관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SEC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바이든 행정부 시기에는 105건, 트럼프의 첫 번째 집권기(2017∼2021년)에는 50건의 암호화폐 관련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직에 오른 2025년 1월 이후, SEC는 지금까지 신규 암호화폐 소송을 단 한 건도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SEC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암호화폐 단속 권한에 대한 법적 불확실성과 정책적 접근 변화가 원인이라고 해명했다.
위원회는 공식 입장을 내고 정치적 특혜 제공은 없었다고 주장하며, 공화당 추천 위원 대부분은 트럼프가 암호화폐에 우호적 입장을 공개하기 이전부터 관련 소송에 반대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SEC 위원장은 "단속 중심의 규제는 중단한다는 방침을 명확히 밝혔다"고 말하며 규제 체계 자체에 대한 방향 전환을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3일, 암호화폐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공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과잉 규제를 해소하고, 미국을 암호화폐 산업의 중심지로 만들겠다는 정책 기조가 강해지고 있다. 백악관 측도 이번 정책은 전 국민을 위한 기술 혁신과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겠다는 목표에서 출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미국의 암호화폐 규제 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규제 완화는 산업 발전과 투자 확대로 이어질 수 있지만, 동시에 감독 기능의 약화로 불법 행위에 대한 경고 신호를 무디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SEC의 독립성과 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