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기대가 커지면서 유가가 급락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위험자산 선호 흐름을 나타냈다.
7일 국제금융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 종식 합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언급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됐다. 유가가 7% 넘게 급락하고 미국·유럽 증시가 상승한 가운데, 시장은 중동 긴장 완화 가능성과 함께 미국 통화정책·중국 경기 흐름·무역 갈등 리스크를 동시에 주시하는 모습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합의 성사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지만, 협상 실패 시 “이전보다 더 강한 폭격”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제시한 양해각서에는 이란의 핵 농축 중단, 미국의 대이란 제재 철회 및 동결 자금 해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단계적 해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란이 전쟁 종식 관련 1페이지 분량의 양해각서 체결에 근접했다고 보도했으며, 이란이 48시간 이내 답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이란 관계자들은 미국 제안에 수용 불가능한 조항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와 영국은 이란이 미국 제안에 동의할 경우 자국이 주도하는 해상 연합군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을 호위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도 새로운 프로토콜에 따라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중부사령부는 통행 제한 요구를 따르지 않은 이란 선적 유조선에 사격을 가해 항행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고 발표하며 긴장 요소도 남겼다.
원유 시장에서는 공급 불안 우려와 가격 급락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됐다. S&P 글로벌 에너지는 4월 전 세계 원유 재고가 2억 배럴 감소했다고 분석했으며,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재고가 임계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수 주 내 유가 급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중동전쟁 종전 기대가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했다. 미국 S&P500지수는 종전 낙관론과 기업 실적 호조, 반도체 관련주 강세에 힘입어 1.46% 상승한 7365.1을 기록했다. 유럽 Stoxx600지수도 2.22% 오른 623.25로 마감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17% 상승했다. 한국 코스피는 휴장 이후 6.45% 급등한 7384.6을 기록했다.
환율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위험 완화와 일본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이 반영되며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냈다. 달러인덱스는 0.43% 하락한 98.02를 기록했고, 유로화와 엔화 가치는 각각 0.47%, 0.95% 상승했다. 위안화는 달러당 6.8125위안 수준에서 거래됐으며, 달러 대비 가치가 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원화 가치도 상승하며 원·달러 환율은 1455.1원을 기록했다. 뉴욕 1개월물 NDF 종가는 1444.9원으로 집계됐다.
채권시장에서는 유가 급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가 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8bp 하락한 4.35%, 독일 10년물 금리는 6bp 하락한 3.00%, 영국 10년물 금리는 12bp 하락한 4.94%를 기록했다. 한국 CDS 프리미엄은 28bp로 약보합, 중국 CDS는 1bp 하락한 42bp로 집계됐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WTI유 가격은 하루 만에 7.03% 하락한 95.08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구리 가격은 3.26% 상승했고 금 가격도 2.95% 오른 4691.4를 나타냈다. 변동성지수(VIX)는 17.39로 전일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 경제지표는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4월 ADP 민간고용은 10만9000명 증가하며 전월 6만1000명을 크게 웃돌았고, 2025년 1월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중동전쟁 여파 속에서도 고용이 안정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연내 금리인하 기대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평가했다. NerdWallet은 이번 지표가 연준의 연내 금리인하가 쉽지 않다는 시각을 뒷받침한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뉴욕 연은의 4월 글로벌공급망압력지수(GSCPI)는 1.82로 2022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중동전쟁 여파로 글로벌 물류 환경이 크게 악화됐음을 시사한다.
연준 인사들은 물가 우려를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세인트루이스 연은의 무살렘 총재는 인플레이션이 고용보다 더 큰 우려 요인이라며 당분간 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관세와 에너지 가격 상승보다 AI 투자 확대와 규제 완화 등 수요 증가 요인의 영향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시카고 연은의 굴스비 총재 역시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 급증이 인플레이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별로는 공급망과 무역 이슈도 부각됐다. G7 무역장관들은 핵심 광물 공급망 확보를 논의하며 특정 국가의 공급망 독점을 경계했다. 이는 중국의 지배적 위치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AI 인프라 투자가 거품이 아니라 “100년에 한 번 오는 투자 기회”라고 평가하며 메모리칩·전력·컴퓨팅 파워 부족 문제를 언급했다.
유럽에서는 무역 갈등과 경기 둔화 우려가 동시에 나타났다. EU의 셰프초비치 집행위원은 미국 측에 지난해 체결한 무역협정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EU산 자동차 관세 인상 위협에 대한 반발 성격으로 해석된다. 유로존 4월 HCOB 서비스업 PMI 확정치는 47.6으로 전월 50.2 대비 큰 폭 하락하며 5년 2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신규 수주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국에서는 서비스업 경기 개선과 위안화 강세가 동시에 나타났다. 4월 레이팅독 서비스업 PMI는 52.6으로 전월 52.1 대비 상승했다. 신규 수출 수주는 둔화됐지만 국내 서비스업 활동은 증가했고,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투입 비용도 크게 올랐다. 시장에서는 연휴 기간 소비 활성화와 견조한 내수가 위안화 강세의 기반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미국 증시 강세의 배경과 잠재 리스크를 동시에 짚었다. 로이터는 S&P500 기업의 1분기 이익이 2021년 4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AI 투자 확대와 견조한 경제 여건이 기업 실적 개선의 배경으로 지목됐으며, 올해 5대 AI 하이퍼스케일러의 데이터센터 투자 규모는 7510억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인플레이션 상승, 금리인하 기대 후퇴, 고유가, 중동전쟁 장기화 가능성은 하방 위험으로 평가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의 대이란 접근 방식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전범국 재건 모델을 중동에 적용하려는 성격을 띠고 있지만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란은 전범국과 달리 직접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고 종교·지역 특수성을 고려할 때 미국 주도의 광범위한 재건 모델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EU 자동차·트럭 관세 25% 인상 위협이 강압적 무역정책 지속 의지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한국 등 미국 교역국들도 추가 관세 압박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임기 종료 이후에도 이사직 유지를 선택한 것이 연준 독립성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압박이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정치권의 통화정책 개입은 인플레이션 위험과 신뢰 훼손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전쟁 종식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실질적 출구전략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휘발유 가격 급등이 저소득층 부담을 키우며 ‘K자형 소비’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으며, WSJ는 미국 공공부채 문제가 위험 수준에 도달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일본 당국의 잦은 외환시장 개입이 오히려 엔화 약세를 유발할 수 있다고 평가했고, FT는 유가 변동성 확대가 글로벌 상품 이동 감소와 무역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FT는 또 글로벌 경상수지 불균형이 다시 세계 경제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