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파산 여진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로펌 펜윅앤웨스트(Fenwick & West)가 고객 손해 배상 소송을 끝내기 위해 54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FTX 붕괴의 책임이 거래소 운영을 도운 외부 자문사로까지 확산되는 모습이다. 13일 로이터에 따르면 이 합의는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에 제출됐으며, 승인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이번 소송은 FTX 고객들이 펜윅앤웨스트가 ‘부정행위를 가능하게 한 전략’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데 관여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 로펌은 FTX가 급성장하던 시기 외부 법률 자문을 맡았고, 고객 자금 유용과 연관된 운영·규제 구조를 뒷받침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다만 펜윅앤웨스트는 불법 행위 인지 여부를 강하게 부인했다. 로펌은 성명을 내고 ‘FTX의 사기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법률 자문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이번 5400만달러 합의는 FTX 관련 2차 집단소송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파산 사태의 법적 책임 범위가 얼마나 넓게 확장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FTX는 2022년 11월, 약 110억달러에서 130억달러에 이르는 고객 자금이 계열사 알라메다 리서치(Alameda Research)로 옮겨졌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무너졌다. 당시 파산 충격은 디지털 자산 시장 전반을 흔들었고, 글로벌 시가총액을 약 2000억달러 증발시켰다. 이후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는 사기와 공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25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FTX 회수 신탁은 채권자 보상 절차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약 22억달러 규모의 네 번째 분배가 이뤄졌고, 누적 상환액은 약 100억달러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이용자는 사실상 원금 회복 단계에 들어섰지만, 관련 소송과 책임 공방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FTX 사태가 단순한 거래소 붕괴를 넘어, 크립토 산업 전반의 법적·제도적 기준을 다시 세우는 계기로 남고 있다.


